대기업집단이 지난해 반도체 호황으로 뚜렷한 실적 개선을 나타냈다. 매출은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금융·보험업 제외)의 지난해 사업연도 기준 총매출은 1359조5000억원으로 2016년(1233조4000억원) 대비 126조1000억원 증가했다. 반도체 업체들을 거느린 기업집단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삼성은 34조6000억원 늘어난 258조원, SK는 32조2000억원 증가한 15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LG도 가전 등 주력사업에서 호조를 보이면서 12조8000억원 늘어난 127조4000억원을 올렸다. 반면 롯데는 롯데쇼핑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2조2000억원 줄어든 65조9000억원에 그쳤다. 상위 5개 집단의 매출 비중은 56.2%에서 56.7%로 0.5%포인트 높아져 하위 집단과의 격차가 더 커졌다.
농협, 현대重 제치고 자산순위 9위 올라
전체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53조8000억원에서 거의 두 배인 100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성은 19조4000억원, SK는 10조5000억원, LG는 4조5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원화 강세와 중국 등 해외법인의 실적 악화로 3조8000억원 감소했다. 상위 5개 집단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70.5%에서 67.2%로 줄어들었다.

전체 자산총액은 1842조1000억원에서 1966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농협이 50조8000억원에서 58조1000억원으로 늘어 자산총액 순위 10위에서 9위로 올랐다. 현대중공업은 54조3000억원에서 56조1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농협에 추월당해 9위에서 10위로 밀려났다. 10위권 밖에서는 셀트리온이 49위에서 38위로, 카카오가 50위에서 39위로 각각 가파르게 상승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코스닥 상장이, 카카오는 계열사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상장주식 가치 상승이 큰 영향을 끼쳤다.

반면 한국GM은 41위에서 54위로, 동원은 37위에서 45위로, DB(옛 동부그룹)는 36위에서 43위로 내려앉았다. 한국GM은 자동차 판매 감소가, 동원은 계열사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상장주식 가치 하락이 원인으로 꼽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