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범위는 변화 없어…법적 책임 발생시 당사자 변경
공정위 "이건희, 의사소통 불가능" 삼성 "안정적 상태 유지"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변경한다고 밝힘에 따라 그룹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이번 동일인 변경으로 공정위가 지정하는 삼성그룹의 기업집단 변경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가를 기준으로 부친이 동일인일 경우 공정거래법상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이 관계자로 분류되는데, 자녀로 바뀌면 기존 6촌 혈족과 4촌 인척은 각각 7촌 혈족과 5촌 인척으로 바뀌게 돼 이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경우 계열사의 개인 지분 비율이 높지 않은 데다 이 부회장은 배우자가 없기 때문에 동일인 지정 변경으로 계열회사 재분류 등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삼성의 동일인을 이 부회장으로 변경함으로써 삼성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총수가 바뀌는 것인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여전히 회장 직책을 가진 이 회장을 제쳐놓고 이 부회장을 총수로 부르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는 데다 이 부회장이 과거와 같은 '선단식 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재판 과정에서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님이 마지막으로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분이 되실 거라고 저 혼자 생각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미래전략실 해체 등으로 그룹의 실체가 사라지긴 했지만 삼성으로서는 이 회장이 그룹 총수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공정위가 동일인을 변경했기 때문에 삼성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공식적으로는 총수가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삼성그룹 계열사가 사익편취 금지 등의 규제를 위반했을 경우 앞으로는 법적 책임을 이 회장이 아닌 이 부회장에게 묻게 된다는 점이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와병 중인 이 회장 대신 이 부회장을 법적 책임의 당사자로 규정함으로써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자료 제출도 공식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이번 동일인 지정 변경 과정에서 이 회장이 사실상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삼성 측과 주치의 등에게 확인하고 사실상 그룹 지배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이날 공정위 결정에 대해 "회사가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으며, 이 회장의 상태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건희→이재용' 삼성 동일인 변경… 뭐가 달라지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