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는 1일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 출석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는 1일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 출석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최근 '물벼락 갑질'로 국민적 공분을 산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가 경찰에 출석했다. 이날 강서서 앞에서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시위도 잇따랐다.

조 전 전무는 1일 오전 9시56분께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 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세단을 타고 온 조 전 전무는 변호인인 부장검사 출신 박은재 변호사와 함께 내렸다. 조 전 전무는 검은색 구두, 정장, 티셔츠에 검은색 가방을 든 모습이었다. 가방에 두른 머플러로 보이는 모직물만 회색이었다.

조 전 전무는 포토라인에 서기에 앞서 익숙하지 않은 듯 두어 차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설 자리를 찾는 등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초췌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 그는 '유리컵을 던진 것과 음료를 뿌린 것을 인정하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고 허리를 2초 가량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밀쳤다고만 했는데 이는 갑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고, 다른 질문에는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질문에 같은 답변을 반복하다가 잠시 울먹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찰서로 들어가기 직전 한 번 더 허리와 고개를 숙였다. 처음 숙일 때 움직임보다 더 깊고 길었다.

그는 취재진 질문을 듣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간간이 끄덕이기만 하면서 대답했다. 조 전 전무는 "죄송하다"는 말을 모두 여섯 차례 하고서 도착 2분 만인 오전 9시58분께 조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녀가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조 회장의 큰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2014년 12월17일 서울 서부지검에 출석한 바 있다.

경찰은 또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9)의 '갑질'과 관련한 폭로가 이어지자 이와 관련한 내사도 진행하고 있어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이 이사장도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사는 경찰이 정식 수사에 들어가기 전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검토하는 절차다.

한편 이날 강서서 앞에서는 대한항공 직원의 1인 시위도 있었다. 대한항공 A380 여객기 기장인 이건흥 씨(49)는 "조 전 전무가 퇴진 이후에 회사에 다시 복귀해서는 안 된다"며 "무능하고 부도덕한 사람이 경영에 복귀하는 것을 막으려면 조속히 경제민주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였던 대한항공 박창진 전 사무장도 강서서 앞에서 '사과는 당사자에게, 범죄자는 감옥으로'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강서서는 청사 주변 곳곳에 경찰력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