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오를 것…방향 맞지만 경직된 대응은 부작용 낳을 수도"
"업종별로 유연한 대응 필요…적정 임금 노사 협의 관건"


정책팀 =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면 우선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는 전망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길 정도로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했는데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약 11만 명의 추가 고용이 생길 것이라는 노동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하며 "일자리 나누기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시간 이내의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0%를 줘야 하는 등 할증 규정이 있으므로 추가 노동력 수요를 신규 채용으로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윤 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독일은 우리보다 연평균 근로시간이 700시간가량 적지만 경제를 효율적으로 꾸려 나가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을 하면 피로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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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 자체는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52시간 규제를) 경직된 방식으로 적용하면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우려가 있고 원하는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외 업종이 아니면 설사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무조건 52시간을 준수해야 하며 어기면 처벌까지 하도록 한 것은 기업에 큰 부담을 준다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일자리나 생산성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하는 시간을 10%씩 줄이면 일자리가 몇 개 더 생긴다는 식의 접근이 많지만, 이는 부차적 이슈이며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것이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중요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있더라도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은 정부가 규제하고 그렇지 않은 영역은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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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소득 감소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과제로 꼽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재직자 중에 더 많은 시간 일해서 소득을 확보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그게 안 되면 소득 보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도의 경직성이 강하므로 업종에 따라서 유예 기간을 연장하거나 특수 사유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는 등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윤 본부장은 생산성이 향상하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감소 폭이 작아질 수 있고 대신 일자리 창출 효과는 애초 예상했던 11만 명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경우 노사 간에 적정 임금 수준을 협의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윤 본부장은 내다봤다.

늘어난 여가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 교수는 "젊은 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 워라밸)을 환영하겠지만 중·노년층은 가정보다 직장에 무게를 두는 문화가 있어 갑자기 퇴근하라고 하면 할 일 없이 떠도는 이들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삶의 질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임금이 높은 계층에게는 삶의 질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지만 임금이 낮은 계층은 삶의 질 개선보다 임금 축소 효과가 클 수도 있다"며 계층에 따라 체감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