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어 日서도 "이사직 해임 정당"…"신동주 경영자 적격성 의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의 롯데와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부동산의 이사직에서 해임된 것은 부당하다며 일본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법원) 민사8부는 지난달 29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6억2천659만엔(약 59억5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신 전 부회장이 추진한 풀리카 사업에 대해서 "해당 행위는 경영자로서의 적격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해임의 정당한 이유의 근거가 된다고 판시했다.

풀리카 사업은 소매점포에서 상품진열 상황을 촬영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롯데측은 "이는 사실상 점포에서 도촬을 한다는 것으로, 위법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데다 롯데그룹과 소매업자와의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것이므로 해임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또 신 전 부회장이 이메일 시스템 제공업체에 롯데그룹 임직원 등의 전자메일을 부정하게 취득하게 한 점도 인정된다면서 "준법의식도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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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신 전 부회장에 대한 롯데 등의 이사직 해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일본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법원이 롯데측의 이사직 해임이 부당한 것으로 판단했을 경우 신 전 부회장은 이를 토대로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13일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된 이후 롯데그룹 경영권을 탈환하기 위해 물밑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신 회장 구속 직후 일본 광윤사(光潤社, 고준샤) 대표 자격으로 입장문을 내고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 해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같은 달 21일 열린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는 신 회장이 제출한 홀딩스 대표 사임안을 의결하되 이사직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정리가 됐다.

대표직은 물론 이사직 해임을 요구했던 신 전 부회장의 입장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7년 롯데 등의 이사직에서 해임된 것이 부당하다고 일본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임이 부당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오는 6월 열릴 예정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 회복을 도모할 호재가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경영권 분쟁 와중에서 부당하게 계열사 이사직에서 해임됐으며, 신동빈 회장이 법정구속된 만큼 "롯데그룹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에게 호소하며 분위기 반전을 계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종업원지주회나 관계사를 우호 세력화할 경우 경영권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법원이 신 전 부회장의 청구를 모두 기각함에 따라 이런 계획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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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신 전 부회장은 한국에서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을 상대로 부당하게 이사직에서 해임됐다며 손배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는 지난 1월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애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 임기 전에 해임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유 주식을 모두 매각한 상태로 영향력 행사가 어렵다"며 "또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한정 후견인으로 법무법인 선을 확정한 만큼 더는 부친을 등에 업고 경영권 회복을 도모할 수 없게 된 상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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