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 간(P2P)대출업체들의 공동 가상화폐 플랫폼 지퍼(ZPER)가 추진 중인 지퍼코인의 가상화폐공개(ICO)가 실패 위기에 빠졌다. 이승행 전 지퍼 공동대표(전 미드레이트 대표)가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대학원 MBA 졸업 등 허위 학력과 경력을 앞세운 사실이 드러나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P2P금융협회가 초대 회장을 지낸 이 전 대표의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고도 묵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P2P금융업계의 전반적 신뢰도 하락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승행 학력위조 논란에… 지퍼 ICO '좌초 위기'
이승행 학력위조 논란에… 지퍼 ICO '좌초 위기'
지퍼 2차 ICO 목표 크게 미달

지퍼는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지퍼코인 2차 ICO를 통해 1241이더리움(약 8억8000만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27일 밝혔다. 당초 목표였던 1만이더리움의 12.4%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달 1차 ICO에선 세 시간 만에 2만8000이더리움이 모였던 것과는 대조된다. 지퍼 관계자는 “지퍼가 이 전 공동대표와 완전 결별했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에 주저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다음달까지 지퍼가 추진하는 사업에 속도를 올려 진정성을 알리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퍼 측은 이날부터 다음달 16일까지 1만8759이더리움을 목표로 3차 ICO에 돌입했다. 지퍼 측은 3차 판매에도 팔리지 않는 잔여 코인은 모두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자 반응은 냉랭하다. 한 투자자는 “지퍼를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었던 이 전 공동대표의 허위 학력 논란 이후 지퍼를 신뢰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나중에 지퍼코인을 받아 줄 거래소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걱정에 상당수 투자자가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2차 ICO에선 1이더리움으로 1만7600지퍼코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3차에선 1만6000지퍼코인으로 줄어든다”며 “이전에 비해 안 좋은 조건으로 지퍼코인 ICO에 참여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퍼코인의 기술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투자자는“지퍼코인 백서에는 코인 기술의 설명 자체가 빈약해 어떤 용도로 코인이 쓰이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협회가 허위 학력 은폐했나

P2P금융협회가 이 전 대표의 학력 위조 사실을 미리 알고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협회엔 지난달 20일 이 전 대표의 허위 학력을 고발하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 협회는 민원을 받고도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리거나 시정하는 등의 과정을 밟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 말 홈페이지에서 민원 코너 자체를 없앴다.

신현욱 P2P금융협회 회장은 “이 전 대표에게 민원 내용을 전달해 백서 등에서 학력을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며 “협회가 처음 받아본 종류의 민원이라 적절한 시정 조치를 할 방법을 모색하느라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회에 민원을 해결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민원 창구를 없앴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P2P금융협회는 이 전 대표의 허위 학력 논란이 생긴 지난 16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 전 대표의 이사 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P2P금융협회 회원사 중에선 협회를 탈퇴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개인신용대출 전문 P2P금융업체인 렌딧은 지난 26일 P2P금융협회에서 탈퇴했다.

렌딧 측은 “대다수 회원사와 관점이 다르고, 협회의 전반적인 운영 방향에 공감하기 어려워 탈퇴를 결정했다”며 “최근 일어난 협회 주요 임원진의 학력 위조 논란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 역시 유감”이라고 탈퇴 이유를 밝혔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