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북핵 등 지정학적 위험이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는 물론 국내 소비심리에 줄곧 걸림돌이 돼온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경제 회복세와 국가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3대 국제 신용평가회사는 일제히 한반도 위기 해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정상회담 후 가시적이고 큰 진전이 이뤄지면 국가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디스와 S&P는 한국에 상위 세 번째(무디스 Aa2, S&P AA), 피치는 상위 네 번째(AA-)의 국가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 신용평가사는 2001년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졸업 후 신용등급을 빠르게 올렸지만 2006년 북한 핵실험 개시 이후 상향 속도를 늦춰왔다.
'한반도 훈풍'에 국가신용등급 오르나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국가 신인도 향상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정모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한국 신용도의 발목을 잡고 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침체된 소비심리를 회복하고 해외 관광객을 국내로 유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국가에 비해 국가신용등급에서 박한 평가를 받았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화해 국면이 가져올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올해 성장률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허진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나아지고 경제활동, 소비심리에 좋은 영향을 준다면 성장동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또는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조건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를 언급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대외 신인도 역시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날 뉴욕시장에서 한국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국채 5년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7bp(1bp=0.01%포인트)였다. CDS 프리미엄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해 9월 76bp에 비해 30bp 가까이 떨어졌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가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낮아졌다는 건 국가의 신용도가 높아져 채권 발행 때 그만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의미다.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진다 해도 당장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제 신용평가사가 부여한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모두 사상 최고치여서 당장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하게 완화해도 취약업종 구조조정 등 국내의 불확실한 변수로 인해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무디스는 이달 초 연 한국과의 연례협의 결과를 2~3개월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S&P는 다음달, 피치는 하반기에 한국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연례협의를 할 예정이다.

김은정/성수영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