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내려오는 승강기의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서 만든 전기는 평소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넣어뒀다가 정전 등 위급상황이 생기면 꺼내 쓸 수 있다.

에너지 소재 전문기업 비나텍은 국가과제를 통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승강기 검사기준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1월 이후 설치된 모든 승강기에는 자동구출 안전장치가 들어가 있다. 운행 중인 승강기가 정전 등으로 멈추면 자동으로 승객을 가까운 층으로 옮겨주는 장치다. 여기에 전기가 충전된 배터리가 사용된다. 기존엔 무거운 승강기를 움직이기 위해 재사용 가능한 대형 배터리를 썼지만 수명이 1년 정도밖에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

비나텍은 배터리 대신 급속으로 충전과 방전을 할 수 있는 ‘슈퍼커패시터’로 문제를 해결했다. 50만 번 이상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수 있어 수명이 10년 이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비나텍은 승강기가 내려올 때 생산되는 에너지를 슈퍼커패시터에 저장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충전된 슈퍼커패시터는 비상시뿐 아니라 평소에도 전기에너지를 방출해 승강기를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전력량을 줄여준다. 전기료가 비싼 낮 시간 등 피크타임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비나텍 관계자는 “지난 1월 서대전네거리역 엘리베이터에 시스템을 설치하고 50일간 관찰한 결과 11.64%의 에너지 절감 효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LH의 25층 임대아파트에도 설치를 마치고 에너지 효율을 시험하고 있다.

비나텍은 국내 승강기 업체를 통해 기술을 상용화한 뒤 기존 승강기에 설치돼 있는 일반 배터리를 슈퍼커패시터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