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신형 K9의 기획·개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추교웅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왼쪽부터)과 임승빈 감성디자인실장, 윤성훈 중대형총괄PM이 신형 K9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아차 제공
기아자동차 신형 K9의 기획·개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추교웅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왼쪽부터)과 임승빈 감성디자인실장, 윤성훈 중대형총괄PM이 신형 K9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아차 제공
26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K9 전용 전시공간 ‘살롱 드 K9’에서 기아자동차의 대형 세단 더 K9의 ‘아버지’를 만났다. 신형 K9의 기획과 개발, 양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한 연구원들이다. 신형 K9이 영업일 기준 19일 만에 3200대가 계약되는 등 돌풍을 일으킨 바탕에는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연구원만 알고 있는 K9 개발의 뒷이야기와 K9의 숨은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K9의 시작과 끝, ‘감성’

윤성훈 기아차 중대형총괄PM(이사)의 고민은 ‘고급차가 고급스러운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신형 K9이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 차로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가 내린 답은 ‘감성’이었다. 윤 이사는 “신형 K9은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색채연구소 팬톤과 협업해 마련한 7가지 콘셉트의 실내조명 색상이 대표적인 예다. 운전자는 자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실내조명을 달리해 차량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차량 정중앙에 있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모리스 라크로와의 아날로그 시계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는 평가다. 윤 이사는 “‘차에 앉아 있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었다”며 “내부 장식을 수평적으로 배치하고 시야를 트이게 해 시원하고 편안한 느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오토 트렌드] 편안함 속에 개성… 感性으로 완성한 '내리고 싶지 않은 차' 더 K9
조화로움이 끌어낸 아름다움

더 K9의 디자인을 책임진 임승빈 기아차 감성디자인실장(이사)은 기아차만의 고급스러움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다”며 “조화로움 속에 아름다움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신형 K9은 화려하진 않지만 편안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체적으로 크게 도드라진 부분이 없고 비례감이 안정적이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진을 통해 부분별로 나눠 K9을 볼 때보다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실물을 봐야 차량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이사는 “화려하고 눈에 띄기보다는 거슬리지 않는 편안한 느낌으로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했다.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차량 내·외부 색상 선택지는 다양하게 준비했다. 더 K9은 오로라 블랙 펄, 판테라 메탈, 딥크로마 블루, 레이크 스톤, 마르살라, 스노 화이트 펄, 실키 실버 등 7가지 외장 색상을 갖췄다.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레이크 스톤과 진한 레드와인을 떠올리게 하는 마르살라는 일반적으로 고급 세단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색상이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반응은 예상보다 좋다. 임 이사는 “블랙이 아닌 다른 외장 색상을 선택하는 비율이 50%가 넘는다”며 “고급 세단 소비자의 성향을 볼 때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내리기 싫은 차, 더 K9

신형 K9에는 기아차 최초로 12.3인치 대형 내비게이션이 장착됐다. 옆으로 긴 화면에서는 지도뿐만 아니라 날씨와 차량 내 공조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야구 경기 결과를 알려주기도 한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한 추교웅 기아차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이사)은 “옆으로 긴 화면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화면을 세 개로 쪼갰다”며 “지도를 보면서 재생되는 음악과 미세먼지 농도 등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계속 추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원 세 명이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이 하나 있었다. 더 K9에 한 번 오르면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다는 것. 이동수단으로서 자동차가 아니라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느껴진다는 얘기다. 윤 이사는 “비싼 내부 마감재를 사용하고 최신 주행 보조기술을 적용한다고 해서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하긴 어렵다”며 “운전자와 동승자의 감성을 자극한 더 K9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