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변동에서 빚어진 충격이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때보다 최대 10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실제 실업률을 높이는 등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불확실성 충격의 경기 국면별 파급효과’를 통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실업률 상승, 소비자물가 하락 폭은 경제정책이 불확실할 때보다 최대 10배 정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통화, 재정, 무역, 구조조정 등 향후 경제정책 방향을 경제주체가 예측하기 어려울 때 생기는 경제정책의 불확실성과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서 빚어지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보통 경제 불확실성 확대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킨다. 가계·기업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소비, 투자, 고용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은이 1991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불확실성 확대는 실업률을 높이고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정적인 영향은 경기 상승 국면보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경제정책의 불확실성보다 크게 나타났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은 경제정책 불확실성에 비해 경기 상승 국면에선 5배, 경기 하강 국면에선 10배가량 큰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코스피 변동성지수(VIX)가 1 표준편차 증가(월평균 5포인트 증가)할 때 경기 하강 국면에선 실업률이 0.02%포인트 올랐다. 같은 크기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실업률이 10분의 1 수준인 0.002%포인트 상승했다. 경기 상승 국면에선 각각 0.009%포인트, 0.0016%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국 경제의 특성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해외 변수들이 주로 금융시장을 통해 국내로 파급되는데, 가계·기업은 불안이 잠잠해질 때까지 소비·투자·고용 결정을 미뤄 실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진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가 부진할수록 경제정책,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해야 한다”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고 국제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정책 대응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