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다중대표소송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일부개정안 검토 의견’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작년 10월 상법 개정을 위해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상법특별위원회를 설치한 법무부가 현재 국회에 계류된 13개 의원입법안에 대해 내놓은 첫 공식의견이다.

논란의 상법개정안 재추진하는 정부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 도입을 통해 출자비율 50% 초과 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대기업 계열 자회사 중 적지 않은 기업의 출자 비율이 50%를 넘는다. 이에 따라 법이 통과되면 지주회사 주주가 자회사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등기이사 선임 시 의결권 전부를 후보 1인에게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도 의무화된다. 그동안 이사를 선임할 때마다 의결권이 큰 주주의 의사가 크게 반영됐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선임할 이사 후보를 두고 한꺼번에 투표를 진행하기 때문에 소액주주 측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감사위원을 다른 사내외 이사에서 분리해 선출하는 제도도 도입돼 기존 대주주가 감사위원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막았다.

상법 개정을 책임진 법무부가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현재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도 빨라질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의 태스크포스(상법특별위원회)를 통해 쟁점사안별로 정리된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에 제시한 의견을 중심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지도록 설득하는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기업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한 국내 대기업의 방어막이 사실상 사라질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0대 기업을 상대로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가상 적용한 결과, 외국계 투자자들이 협력할 경우 국내 간판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의 이사회에 최소 1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역시 외국계 자본이 세를 규합하면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해져 국내 기업들의 영업기밀과 각종 재무자료가 유출될 위험이 커진다.

안대규/좌동욱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