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주택대출 금리, 3년6개월 만에 年4%대로
지난달 국내 생명보험회사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연 4%를 넘어섰다. 시중금리 상승을 반영한 것으로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3일 생보협회에 따르면 삼성 한화 교보 등 8개 생보사의 3월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 평균금리는 연 4.02%로 전달(연 3.90%)보다 0.12%포인트 상승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주택대출 금리가 연 4%대였던 것은 2014년 10월 이전”이라며 “생보협회가 공시를 내기 시작한 2015년 5월 이후 기준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생보사 주택대출 금리는 2015년 5월 연 3.48%에서 2016년 3월엔 연 3.38%까지 떨어졌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지난해 초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8개 생보사 가운데 평균 주택대출 금리가 연 4%를 웃돈 회사는 현대라이프(연 4.38%) 교보(4.25%) 흥국(4.15%) 한화(4.06%) 등 네 곳이었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센터장은 “보험사 차입자는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리금 부담 능력이 낮은 편이어서 금리 상승 여파를 크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사 대출 금리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6개 손보사의 평균 주택대출 금리는 연 3.83%로 전달보다 0.15%포인트 올랐다. 손보사 가운데 한화손보(연 4.17%) 흥국화재(연 4.18%)의 주택대출 금리가 연 4%를 넘어섰다.

보험사들이 지난해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가 뛰고 있어서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0일 2.20%로 최근 1년 새 0.526%포인트 올랐다.

올 들어서는 은행에 비해 더욱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 최근 3개월간 보험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15%포인트 상승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폭(0.045%포인트)을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금리를 크게 올리는 건 금융감독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앞두고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보험사 가계대출 잔액은 116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7000억원(6.1%) 증가했다.

금감원은 대출 규제 강화 차원에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 산출 때 가계대출 위험계수를 현재 4.5%에서 2020년 6.0%까지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위험계수가 오르면 가계대출이 많은 보험사는 부채가 더 늘어나게 된다. 한 보험사 자산운용본부장은 “IFRS17 도입에 대비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 증가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대출 증가 억제란 명분하에 이자를 크게 올리는 ‘배짱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