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통합별관 신축 공사가 수개월째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계룡건설로 시공사가 선정됐지만 삼성물산이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한은 본관과 별관을 54년 만에 수선·증축하는 공사의 시공사로 계룡건설이 지난해 말 선정됐다. 한은은 하지만 올 2월 관련 계약 협의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평가 결과 2순위였던 삼성물산이 조달청의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 신청을 한 것이다. 2010년 계룡건설이 부산대병원 외상전문센터 공사 과정에서 조달청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나 지난해 말 부산대병원으로부터 부정당 업자로 제재받은 걸 문제 삼았다.

한은은 절차의 투명성을 위해 시공사 입찰 과정을 전부 조달청에 맡겼다. 조달청은 “부산대병원의 계룡건설 제재는 한은 공사와는 법적으로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삼성물산은 평가 과정이 잘못됐다며 올초 기획재정부에 국가계약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르면 다음달 초 분쟁조정 청구가 수리되면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는 입찰 절차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심사를 벌이게 된다. 문제가 있다고 결론이 나면 입찰 절차를 다시 진행할지, 차점자로 낙찰 예정자를 변경할지도 정해야 한다.

올 상반기 내 착공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한은은 울상이다. 한은은 2020년 6월 창립 70주년에 맞춰 새 건물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공사 기간이 최소 30개월이어서 당장 공사를 시작해도 2020년 6월 입주는 불가능하다.

한은 임직원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근무한다. 매월 13억원 이상의 임차료를 부담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