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BUSINESS] 새벽부터 줄 서서 사는 '에어프라이어' 대란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은 튀김 요리를 예찬한 최현석 셰프의 명언이다. 재료가 뭐가 됐든 일단 튀기면 맛있다는 의미다. 고소함과 바삭함이 살아 있는 튀김 요리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튀김의 문제는 지방과 칼로리다. 건강한 삶이 트렌드가 된 지금, 사람들은 밀가루와 기름으로 범벅이 된 튀김 요리를 포기하는 대신 에어프라이어(오른쪽)로 중간점을 찾아 나섰다.

에어프라이어는 ‘기름 없는 튀김기’다. 팔팔 끓는 기름 대신 200도가 넘는 고온의 공기를 순환시켜 식재료를 튀긴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공기의 순환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하느냐가 튀김의 바삭함을 결정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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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법은 기존에 튀김 요리를 만들 때보다 훨씬 간단하다. 에어프라이어 뚜껑을 열고 식재료를 넣은 뒤 타이머를 맞추면 끝이다. 감자·고구마·고기·냉동식품에서부터 가정 간편식(HMR)까지 튀기거나 굽고 싶은 요리는 뭐든지 넣을 수 있다. 재료에서 나오는 기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름에 튀기는 것보다 지방이 적어 건강에도 이롭다.

이런 장점 때문에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주방 가전’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에어프라이어 대란’이 일어났다. 에어프라이어는 지난해 옥션·G마켓·11번가 등 오픈 마켓에서 건조기·스타일러·휴대용 선풍기와 함께 판매가 가장 많이 늘어난 소형 가전제품에 속했다. SK플래닛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프라이어 거래액은 전년 대비 72% 늘었고 2018년 1분기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에어프라이어 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가전 제조사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코스트코·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제품까지 등장하며 에어프라이어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에어프라이어업계의 첫 주자는 필립스다. 필립스는 2011년 국내에 에어프라이어를 처음 선보였다. 필립스 디지털 터보 에어프라이어 제품 가격은 39만9000원으로, 국내에서 출시된 에어프라이어 중 가장 고가에 속하지만 소비자 호평이 이어지면서 프리미엄 강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후발 주자들은 기본 성능에 충실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을 출시하며 에어프라이어 대열에 올라탔다. 롱패딩 열풍을 일으킨 ‘평창 롱패딩 대란’ 때처럼 합리적인 가격의 에어프라이어 제품이 에어프라이어 대란을 이끌었다.

올해 에어프라이어 대란의 중심에 있는 기업은 이마트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자체 상표(PL) 제품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총 4만여 대가 판매되면서 대박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올 2월에는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를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스타필드 하남점에서는 700여 명이 매장 오픈 시간 전부터 에어프라이어를 사기 위해 장사진(왼쪽)을 이뤘다. 1인 1개로 구매 개수를 제한했지만 결국 한 시간 만에 준비 물량 800대가 동이 났다. 이마트가 전국 트레이더스에 입고한 물량 1만 대는 네 시간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다.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는 2016년 9월 처음 출시한 ‘더 에어프라이어’의 용량을 5.2L로 늘린 제품이다. 인기 비결은 가성비다. 에어프라이어 플러스 정가는 8만4800원이다. 다른 브랜드 제품과 비교하면 같은 가격대에 용량이 두 배 정도 크다. 이 때문에 지금도 이마트 관련 기사 밑에는 ‘에어프라이어가 언제 재입고되는지’를 묻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중소기업 중에서는 리빙코리아·대우어플라이언스·리빙웰·BSW 등 다수 기업이 4만~6만원대 에어프라이어를 선보이며 1인 가구 사이에서 환영받고 있다.

권민희 이마트 홍보팀 과장은 “1인 가구 소비가 증가하면서 저렴한 에어프라이어 제품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에어프라이어는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홈 쿡’ 트렌드와 맞물리면서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어 판매율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한경비즈니스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