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강소기업②] 구로공구상가서 출발한 코리아툴링 "伊 페라리도 우리 부품 쓰죠"
이재건 코리아툴링 대표(사진)는 1996년 구로공구상가 한편에 절삭공구 업체를 설립했다. 자본도 넉넉하지 않아 2층에 겨우 다섯평짜리 사무실을 냈다. 믿는 구석이라고는 기술 그리고 함께 창업한 동료들이었다. 절삭공구는 금속, 비금속, 복합재료 등을 절삭해 기계, 기구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소모성 도구다. 자동차나 스마트폰처럼 금형을 절삭하거나 가공하는 데 절삭공구가 쓰인다. 이 대표는 20년 넘게 절삭공구 분야만 팠다. 지금은 전 세계 19개국 50여곳에 절삭공구 부품을 수출한다.

이 대표가 이끄는 코리아툴링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글로벌 강소(强小)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12억원이다. 이 중 수출이 32억원이다. 전 세계 절삭공구 시장에서 국내 제품이 약 30%를 차지한다. 코리아툴링은 국내 200여개 절삭공구 업체 중 해외 거래처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 중에 하나다. 코리아툴링의 올해 목표는 해외 거래처를 계속 늘려나가는 것이다.

IMF·글로벌 금융위기 헤치고 국내 주요 절삭공구 기업으로

이 대표가 코리아툴링을 설립한 이듬해 국내에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구로공구상가에 있던 업체의 3분의 1이 방을 뺐다. 이 대표는 "당시에는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기회였다"며 "공실에 많이 생기고 임대료가 낮아지면서 건물 1층에 회사를 재단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이 대표에게 가져다준 기회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절삭공구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지배적이었다. 정밀하게 깎고 오래 쓰려면 가격이 2배 비싸도 수입품을 쓰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50% 이상이 독일, 일본 등에서 공구를 사다 썼다.

그러나 외환위기에 원화 가치가 폭락하자 이들 나라의 제품은 국산보다 가격 차이가 최대 4배까지 났다. 고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던 소비자들도 원가 감당이 안 되자 국산 제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1999년부터 소비자들이 국산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은행에서 모기지론으로 대출을 받아 가산디지털단지에 공장형 아파트 입주 계약을 했다. 미국 발(發) 금융위기는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고 국내 부동산 시장까지 위축됐다. 이 대표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인테리어까지 마친 상태였는데 장사가 안 되면 바로 회사가 어려워지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때부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8년 1월을 기점으로 이 대표는 국내 영업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수출에 사활을 걸었다. 1년에 3분의 2 이상을 일본,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 보냈다. 이 대표는 "드릴이든 엔드밀이든 코리아툴링의 대표 제품이 필요한 곳이 있는지 시장을 찾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초창기 해외에 진출할 때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인적 네트워크(인맥)가 전혀 없어 시장을 발견해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코리아툴링 대표 제품을 매년 전시회에 출품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대표는 "독보적인 제품이 아닌 이상 단 번에 고객(클라이언트)들과 거래를 발생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매년 전시회에 참석하면서 신뢰관계를 만들어갔다"고 조언했다.

코리아툴링이 가장 많은 수출을 하는 나라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고급 자동차 회사인 페라리에서도 코리아툴링 제품을 쓴다. 또 까다로운 수제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들도 이 대표의 단골 고객이다. 그는 "우공이산(愚公移山·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결국엔 뜻을 이룰수 있다는 뜻의 한자성어)의 정신으로 꾸준히 해외 전시회에 나간 결과"라고 귀띔했다.

"정부지원사업 활용…최저임금제 개선 필요"

2014년 22억원, 2015년 25억원, 2016년 27억원의 수출 규모를 기록한 코리아툴링은 지난해 처음으로 30억원이 넘는(32억원) 수출을 했다. 전체 매출의 약 15%다. 이 대표는 이 비율을 점차 늘려나가는 게 목표다. 현재 19개국 50여곳의 해외거래처가 있다.

이 대표는 현재도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낸다. 그는 "국내에 기반을 둔 제조업체의 해외수출은 쉽지 않은 일 중에 하나"라며 "국내에 많은 시장개척단이나 수출지원사업 등을 활용했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해외시장에서 국내랑 어느 한 분야라도 다른 게 있다면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가기 위해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최저임금이 업종별, 지역별로 차등을 두고 이 차이가 최대 2배까지 난다"며 "국내 제조업이 대부분 해외에서 경쟁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 일본, 대만 등인데 국내도 최저임금 차등화 제도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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