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신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 사장이 베개 소독용 ‘바이오미스트 필로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최영신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 사장이 베개 소독용 ‘바이오미스트 필로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일본은 협업천국이다. 도쿄 오타구나 교토, 히가시오사카 등 중소기업 밀집지역에선 어김없이 기업들이 협업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공동마케팅에 나선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너지를 얻기 위한 것이다. 협동조합운동이 활발한 유럽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협업문화가 별로 없다. 최근 소공인 밀집지역인 서울 문래동에서 협업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한 수주산업에서 벗어나 ‘나만의 제품’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협업은 대부분 단기간에 종료된다. 하지만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와 성창근 충남대 교수는 20년째 협업을 하고 있다. 이들 사례를 소개한다.

중소기업인과 대학교수 간의 기술개발을 위한 산학협력은 대개 한두 번으로 끝난다. 서너 번 연결되는 것은 쉽지 않다. 프로젝트마다 성격이 다른 데도 원인이 있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20년째 산학 협력… 친환경 미스트 개발 '결실'
최영신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 사장(60)과 성창근 충남대 식품공학과 교수(63)의 사례는 다르다. 20년째 협력하고 있다. 최 사장이 시장에서 팔릴 만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시제품을 제작하면 성 교수가 연구 분석을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한 인증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더 나은 제품이 될 수 있도록 조언해준다. 서울대 농대와 미국 노스다코타대(이학박사)를 나온 성 교수는 분자생물학 및 발효공학 분야에서 200여 건의 논문을 쓴 전문가로, 대덕바이오라는 업체도 경영하고 있다.

바이오미스트가 10여 년 전 개발해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에 수출한 ‘기록물 및 문화재 소독장비’도 이들이 협력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식물성 정유(에센셜 오일)에서 나오는 천연향기를 이용한 기록물 및 문화재 소독장비다. 좀, 곰팡이 등에 의한 피해를 입기 마련인 고문서를 소독하는 설비다. 이 장비를 일본의 하마다시립중앙도서관, 도쿄서고, 말레이시아 국가기록원, 쿠알라룸푸르시청, 오만 국가기록원, 리투아니아 빌리우스대학도서관 등에 공급했다. 국내에도 국립중앙도서관, 육군중앙문서관리단, 독립기념관, 외교부 등 20여 곳에 납품했다.

바이오미스트는 이번엔 성 교수의 도움으로 베개에서 서식하는 특정 유해세균을 살균할 수 있는 ‘바이오미스트 필로우’ 등 친환경 살균소독 미스트 4종을 개발했다. 최 사장은 “순수 천연 및 천연유래 성분만을 이용해 안개분무식으로 뿌려주면 소독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프레온가스나 가연성가스를 쓰지 않고 압축공기에 의해 분사되도록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베개 전용 제품 외에도 교복 등 유니폼 전용 ‘바이오미스트 유니폼’, 인형이나 유모차 등 유아용품 전용 ‘바이오미스트 베이비’, 화장실 변기 전용 ‘바이오미스트 토일렛’도 선보였다. 최 사장은 “일본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일본 시장 개척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협력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부터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부품 관련업체를 경영했던 최 사장은 인건비 급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자 사업을 포기하고 뉴질랜드 이민을 결심했다. 그곳에서 향기에 눈뜨게 됐다. 다시 귀국해 1995년부터 국내에서 마케팅용 향기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초기에 영입한 연구소장이 충남대 출신이었고 그 소장의 지도교수가 성 교수였다. 이런 인연으로 1999년 충남대 산학연연구관에 연구소(지금은 서울로 이전)를 설립하고 식물정유를 이용한 천연항균제 등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사업에 나섰다. 최 사장은 “성 교수는 왕성하게 연구하면서도 중소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헌신적으로 도와준다”며 “매달 한두 번 전화 통화를 해 조언을 듣고 제품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최 사장은 마케팅 포인트를 잘 파악하는 데다 연구과제도 콕 찍어서 의뢰하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감사가 오랫동안 협업을 유지하는 윤활유가 되고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