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한국산업단지공단] "ICT 활용한 스마트 인프라 구축… 미래 첨단 신산업 육성"
국내 산업단지의 효시는 서울 구로공단이다. 1964년 ‘수출산업공업단지개발조성법’이 제정되고 그해 9월 첫 삽을 뜬 구로공단은 1967년 서울 구로동에 1단지가 준공된 데 이어 인근에 2단지와 3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제 모습을 갖췄다. 그 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0년대 들어 100개가 넘는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는 등 급격히 변신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는 달리 남동, 반월, 시화, 구미 등 주요 산업단지는 여전히 칙칙한 모습이다. 젊은 인재들이 산업단지 취업을 주저하고, 기업들도 전통산업에만 몰두하면서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를 미래형으로 개편하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산업단지’다.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황규연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만났다.

▶스마트산업단지라는 게 뭔가요.

“스마트산단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지능화서비스를 활용해 산업단지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제조혁신을 통해 첨단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산업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산업단지 입주기업이 4차 산업혁명 전환기에 지속 성장하기 위한 혁신 여건을 제공하고, 청년들이 산업단지에 쉽게 접근해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스마트한 인프라 환경을 지원하는 산업단지입니다.”

▶왜 추진하게 됐습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전 세계는 제조업 부흥을 통한 미래성장 전략을 꾀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같이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제조업을 재건하는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국가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산업단지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제조혁신을 선도할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기 위해선 주력 제조업의 스마트화(스마트공장 등)와 함께 스마트산단으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산업단지는 시설과 인프라가 낡아 안전·교통·환경·에너지 면에서 갖가지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근 배후생활권과 단절돼 청년층이 산업단지에서 일하기를 주저하고 있고요. 이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스마트산업단지의 3대 핵심전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3대 전략은 ‘기업의 혁신성장 지원을 통한 경쟁력 높은 산업단지’, ‘산업단지의 문제 공동해결을 위한 상생협력 산업단지’, ‘젊은 층이 선호하고 소통하는 일자리 중심 산업단지’입니다. 이 중 ‘경쟁력 높은 산업단지’는 스마트 산업클러스터 추진, 융복합 신산업 공간 조성, 산단 특화모델 스마트공장 집중 구축 등을 통해 기업의 혁신역량을 높이는 것입니다. ‘상생협력 산업단지’는 지역 혁신주체가 중심이 돼 노후 산업단지 문제를 스마트 요소기술을 적용해 실증적으로 개선하는 것입니다. ‘일자리 중심 산업단지’는 산업단지가 활력 넘치는 거점으로 청년인재가 선호하는 산업 공간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산단 내 신산업 분야 강소기업 300개사를 육성하고, 산단 특화모델 스마트공장을 1만2000개로 확대해 젊은 층의 일자리 6만 개를 신규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능형 방범 CC(폐쇄회로)TV 및 스마트 환경·안전 통합관제센터 등 산단 인프라 실증과제를 발굴해 사업화할 계획입니다.”

▶제조혁신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핵심인 듯합니다. 구체적인 추진계획은 있는지요.

“기업 현장의 연구개발(R&D), 생산공정 및 마케팅 과제 등에 스마트 요소기술을 적용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스마트 산업클러스터를 추진할 생각입니다. 휴·폐업 공장을 활용한 혁신형 제조·유통 융합센터와 스마트공장 실증지원시설 등 융복합 신산업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중국 광저우 산업단지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높은 인건비로 공장들이 줄지어 폐업할 때 중국 정부는 스마트팩토리를 대대적으로 지원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했고 이를 통해 산업단지를 활성화시켰습니다. 산단공은 지난해부터 한국동서발전과 협력해 차별화된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한국남동발전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지원 규모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공장 정책지원사업과 연계해 산업단지 특화모델 중심의 스마트공장을 집중 유치하려고 합니다. ‘청년 친화형 산업단지’로 선정될 6개 국가산단에 스마트공장지원센터(빅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신산업 분야 강소기업에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해 해외 산업클러스터 내 강소기업과 경쟁·협력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스마트산단은 젊은 인재들이 산업단지에 모여들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어둡고 폐쇄적인 산업단지의 잿빛 이미지 개선을 위해 스마트 요소기술을 활용한 청년친화형 시설을 확충하고, 스마트공장을 확대해 청년층이 선호하는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늘어나면 산업단지가 젊은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스마트산단 내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한 창업기반을 마련하면 청년 인재들이 산업단지로 리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산단공은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우선 올해에는 시범단계로 지역 주요거점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시범공장과 공동솔루션형 스마트공장을 확산시킬 예정입니다. 산단별 수요를 반영해 민간주도형 지능화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태스크포스팀으로 운영되던 조직을 2018년 본사 정규직제로 편성해 스마트산업단지 운영전략 및 실행 방안에 대한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정부예산 등을 반영해 스마트산업단지 사업을 본격 추진하려고 합니다. 주요 거점 산단에는 산단공·입주기업·지방자치단체·교육기관·지원기관 등이 참여하는 지역 단위의 ‘스마트산업단지 추진협의체’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스마트산단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스마트사업이 산업단지 내로 유치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지자체의 스마트시티 개발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공동 협력할 계획입니다.”

▶스마트산업단지에 관한 국내외 사례가 있나요.

“부분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는 많지만 스마트산업단지에 관해서는 아직 통일된 개념 정립이나 표준화된 모델은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산업단지 인프라에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부착하고 통합관제와 연계 관리해 운영하는 방식을 ‘스마트산단의 모델’로 소개하는 것을 봤습니다. 독일·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기술 및 산업 고도화 측면의 첨단선도클러스터를 육성하는 방안을 스마트산단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첨단 스마트클러스터를 스마트시티와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산업단지의 미래상은 어떤 것인가요.

“미래 산업단지는 과거와 현재에도 그렇게 해왔듯이 지역과 도시의 자족기능을 유지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삶의 터전이자 지속성장을 이끄는 엔진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친환경 스마트공장이 집적화된 산업단지가 배후생활권 도시 인근에 있고 도시의 스마트 시설과 환경이 산업단지와 연계돼 사람들의 ‘워라밸’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 중심의 공간을 기대하고 있고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인프라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고도화하고 스마트산단 플랫폼을 기반으로 입주기업과 산단 근로자에게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단지를 구축해 나가려고 합니다.”

▶산단공 혼자의 힘으론 힘들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주력 제조업이 중국 등 신흥국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차별적 고도화나 신사업 전환을 위한 혁신활동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기업 혁신전략에 있어 이제는 생산환경 자동화 및 개별 기업 측면의 스마트화뿐만 아니라 기업 간 연결에 의한 지능화가 필요합니다. 스마트공장 도입과 이에 따른 첨단 신산업으로의 전환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인 셈이지요. 기업의 스마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이에 대한 동참이 절실합니다. 청년인재가 산업단지에 돌아와서 일할 수 있는 기본 여건은 여기에 있습니다. 지역과 기업이 고르게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생산 여건이 조성되도록 산업단지 인프라 스마트화에 대한 재정투자가 절실합니다. 제조업체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 혁신활동과 스마트화에 대한 정부 지원도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황규연 이사장은 …

1960년생. 1984년 한양대 행정학과 졸업. 1986년 행정고시 30회. 1997년 미국 카네기멜런대 공공정책대학원 정책학 석사. 2008년 근정포장. 2012년 지식경제부 주력시장협력관.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2016년~(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