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밝힌 사임 이유는 건강 문제였다. 2014년 취임 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피로가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더 열정적이고 능력 있고 젊고 박력 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권 회장의 사임 소식을 접한 포스코 임직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올 것이 왔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발표된 사임 이유를 그대로 믿는 직원은 찾기 힘들었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우파 정부나 좌파 정부나 다 똑같다. 전임 정준양 회장 때랑 판박이”라며 씁쓸해했다. 이사회가 끝난 뒤에도 포스코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2009년 취임한 정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4년 중도 하차했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바뀌는 홍역을 앓았다. 정 전 회장뿐만 아니라 이구택, 유상부, 김만제, 황경로, 박태준 등 전임 회장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포스코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권의 압력설에 대해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임직원들의 냉소적인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다음에 정권이 바뀌면 새로 임명되는 회장도 또 옷을 벗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이 끝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도 끝나가니까 본격적으로 포스코랑 KT를 다잡기 시작한다” 등의 얘기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