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중국에 선보인 현대차 소형 SUV ‘엔씨노’
지난 10일 중국에 선보인 현대차 소형 SUV ‘엔씨노’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떨치기 위해 현지전략형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판매량이 늘고 있는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신형 SUV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면 조만간 사드 보복 이전의 판매량을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년 만에 판매량 증가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에서 9만755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고 18일 발표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7만2032대)에 비해 35.4% 늘었다. 현대·기아차의 월간 중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은 2016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2월(5만7101대)과 비교하면 70.9% 늘었다. 기아차 판매량이 급증했다. 지난달 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3만548대로 전년 동기 대비 90.9% 증가했다.

1주 간격으로 SUV 출시… 현대·기아차, 빼앗긴 '대륙의 心' 되찾는다
현대차 판매량은 19.6% 늘어난 6만7007대였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 점유율 10위권에 재진입하는 성과도 거뒀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작년 3월 이후 현대차는 판매량 순위 10위 아래로 여러 차례 떨어졌다. 지난 2월에도 1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지난달엔 3.13%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판매량 9위에 올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3월 이후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거듭했다. 월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나기도 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114만5012대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16년(179만2022대)과 비교하면 64만 대(36.2%) 줄었다. 사드 보복과 SUV 라인업 부재, 중국 현지 브랜드의 급부상 등이 원인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처음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18일 중국에 출시한 기아차 신형 스포티지 ‘즈파오’
18일 중국에 출시한 기아차 신형 스포티지 ‘즈파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한 감정은 많이 누그러든 상황”이라며 “최근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마케팅을 강화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판매 증가세가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2년 전인 2016년 3월(15만591대)에 비해서는 여전히 판매량이 적어 “부진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SUV로 제2 전성기 노린다

현대·기아차는 신형 SUV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이 갈수록 SUV를 선호하고 있다”며 “이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SUV 라인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이날 중국 맞춤형 신형 스포티지를 출시했다. 신형 스포티지는 스포티지R의 후속으로, 한국 등 다른 시장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중국 맞춤형 모델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 바이두와 손잡고 다양한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장착한 게 특징이다. 중국 맞춤 내비게이션과 음성인식 서비스, 차량 내 온라인 결제 서비스 등이 신형 스포티지에 적용됐다. 차로유지 보조와 전방 충돌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경고 등 다양한 주행 지원 시스템도 장착됐다.

지난 10일에는 현대차가 소형 SUV 엔씨노(한국명 코나)를 중국 시장에 선보였다.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 기호에 맞게 붉은색 투톤 루프(차량 지붕 색을 달리하는 디자인)를 적용하는 등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특징을 여럿 추가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엔씨노를 소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준중형 SUV ix35를 출시했고, 기아차는 하반기 신형 SUV를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SUV가 어느 정도 판매되는지에 따라 올해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브랜드와의 차별화가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