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이구택 등 역대 회장 8명 전원 임기 중 사임
정부 지분 없는 포스코, 정권 바뀔 때마다 총수 교체

포스코는 지금까지 정권 교체 후 예외 없이 최고경영자(CEO)가 중도 교체됐다.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권오준 회장도 결국 그 전철을 밟게 됐다.

1968년 설립 당시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부터 권 회장까지 총 8명의 회장이 거쳐 갔지만, 8명 모두 정권과의 불화 등의 이유로 임기 중간에 그만뒀다.

특히 2000년 9월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된 이후에도 권 회장을 포함해 4명이 '정권 교체 뒤 사퇴'를 반복했다.

역대 사례를 보면 전임 회장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정권 교체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권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은 권 회장과 비슷한 경로를 밟다가 사임했다.

정 전 회장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국빈만찬과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 베트남 국빈방문 사절단 등 대통령이 참석한 주요 행사에서 배제됐다.

또 국세청이 서울 포스코센터, 포항 본사, 광양제철소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사퇴 압박용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 전 회장은 사임 결정에 외압이나 외풍은 없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이런 해명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 전 회장도 2013년 11월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할 당시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1년 4개월가량 남겨둔 상태였다.

이후 정 전 회장은 포스코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지만, 작년 11월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구택 전 회장(2003년 3월∼2009년 1월)은 2007년 봄 한차례 연임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1년 뒤인 2009년 초 정치권 외압 논란 와중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말부터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섬에 따라 결국 사퇴 수순을 밟았다.

이 전 회장은 "외압이나 외풍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정권 차원의 외압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민영화 전에는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1968년 4월∼1992년 10월)이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불화로 사임한 것을 비롯해 1992∼1994년 사이 황경로(1992년 10월∼1993년 3월)·정명식(1993년 3월∼1994년 3월)·김만제(1994년 3월∼1998년 3월) 등 무려 4명의 회장이 잇달아 바뀌었다.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그의 후임인 유상부(1998년 3월∼2003년 3월)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 사퇴했다.

이 같은 중도 하차가 문제 되는 것은 포스코의 민영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재계에서는 회장 교체가 기업이나 주주들의 자체적인 결정이 아니라 정부 등의 외압에 의해 강제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을 지적한다.

포스코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11.08%를 갖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55.92%다.

국민연금을 통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포스코 주주총회에서 권 회장 연임에 반대하지 않고 '중립'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정부가 회장을 교체할 합법적인 수단이 없다 보니 포스코 회장들은 사임하기까지 대통령 행사 배제, 포스코 또는 본인에 대한 수사와 세무조사 등을 통해 압박받는 듯한 모습이 연출돼왔다.
정부 지분 없는 포스코, 정권 바뀔 때마다 총수 교체

정부 지분 없는 포스코, 정권 바뀔 때마다 총수 교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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