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 ICO 설명회 돌연 취소… 투자자 환불요청 쏟아져
이승행 전 공동대표의 허위 학력·경력 논란에 휩싸인 가상화폐 플랫폼 지퍼(ZPER)가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마련한 ‘지퍼 오프라인 설명회’를 돌연 취소했다. 지퍼는 이 전 대표가 운영하는 미드레이트 등 개인 간(P2P) 금융사들이 참여해 가상화폐 발행을 위해 만든 플랫폼이다.

지퍼 측은 17일 “지퍼가 사업설명회를 통해 더 안 좋은 일을 벌이려는 것으로 잘못 인식될 우려가 있음을 파악했다”며 “고심 끝에 18일로 예정됐던 오프라인 설명회를 취소하고, 당분간 자숙하며 사태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본래의 사업 준비에 매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지퍼가 준비 중인 사업의 진행 현황을 투명하게 밝히고 무제한 질의응답을 통한 소통이 목적이지만, 지퍼의 행동 하나하나가 가상화폐공개(ICO) 위험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오프라인 설명회 취소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지퍼의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선 이번 결정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한 투자자는 “설명회를 취소하지 말고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그나마 남아 있는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며 “설명회를 보고 환불 여부를 정하려고 했던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다른 투자자는 “회사 측의 빠른 결정은 훌륭한 선택”이라며 “오프라인 설명회로 괜한 혼란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지퍼의 1차 ICO 기간에 지퍼코인을 산 투자자들의 환불 문의도 늘고 있다. 지퍼 측이 운영하고 있는 여러 개의 텔레그램 채널에선 구체적인 환불 방법을 문의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P2P업계 관계자는 “지퍼 임직원들이 투자자의 환불 요청이 많고, 내부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토로하며 업계 관계자들의 지지 서명을 받으러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지퍼는 이더리움을 받고 지퍼코인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ICO를 해 260억원가량의 자금을 모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화준 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가상화폐 사업 초기에는 투자자들이 개발진에 대한 믿음으로 접근한다”며 “지퍼는 공개된 정보가 제한적인 신생 가상화폐였는데 학력위조 사건이 불거지면서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김순신/윤희은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