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나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세 번째)이 17일 서울 도화동 가든호텔에서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제공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나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세 번째)이 17일 서울 도화동 가든호텔에서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제공
삼성전자의 애프터서비스(AS) 업무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하도급업체) 임직원 8000여 명을 전원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17일 전해 들은 전문가들은 “과거 노사관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 제품의 AS와 정보기술(IT) 유지 업무 등을 맡는 100% 자회사다. 실제 AS업무는 삼성전자서비스와 업무 위탁 계약을 맺은 협력사들이 한다. 에어컨 설치나 AS업무는 계절에 따라 수요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LG, SK 등 설치·수리 업무가 있는 대기업 계열사에 일반화된 고용형태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8000명 정규직 고용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불법파견 논란이 시작된 것은 2013년 7월 협력사 직원들이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직접 업무지시를 받고 있다”며 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내면서부터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1심 판결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승소 결정을 내렸다. “협력사들이 독자적인 경영권과 인사노무 관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삼성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법원 판결 이후 삼성 안팎에서는 현재와 같은 고용 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삼성 측이 전향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더라도 SK브로드밴드나 SPC그룹처럼 별도 자회사를 세운 뒤 협력사 임직원을 고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정공법’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실린 결정으로 보고 있다. 경제계에선 직접 고용을 원하는 노조 측 요구를 대의적 관점에서 수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자회사를 새로 설립해 협력사 임직원을 고용한 SK브로드밴드의 근로자들이 여전히 보수 및 복지 수준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의 ‘통 큰 결단’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삼성에 쏟아지는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노조 와해를 위해 회사가 개입한 정황들이 담긴 문서가 다수 발견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이번 결정은 검찰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번 결정이 지난 80년 동안 노조 활동에 부정적이던 삼성그룹 노사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은 1962년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8개 계열사가 노조를 설립했지만 노조 활동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엔 아직도 노조가 없다. 삼성전자서비스도 이날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노사가 갈등 관계를 해소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