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수차례에 걸쳐 찔끔찔끔 조사관을 보내는 ‘괴롭히기식 조사’를 자제하기로 했다. 그 대신 한번에 대규모 인력을 쏟아부어 현장조사를 마치는 방식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17일 “하림그룹 사례에서처럼 조사관 4~5명이 여러 번 현장조사를 나가는 방식은 구시대적이라는 내부 자성이 있었다”며 “주요 사건은 10~30명의 인력을 동시 투입해 한번에 현장조사를 마치는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하림그룹에서만 일곱 차례 현장조사를 벌였다. 일감 몰아주기, 거래상 지위 남용, 가격 담합 등 혐의를 들여다본다는 명목으로 기업집단국과 카르텔조사국, 광주사무소 등이 번갈아가며 방문했다. 하림그룹이 “공정위 조사로 기업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벌인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조사인 만큼 ‘괴롭히기식 조사가 매뉴얼화된 것 아니냐’는 재계의 우려까지 나왔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기업에 고통을 주는 방식의 조사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공정위는 현장조사 인력을 대폭 보강하는 대신 조사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계절적 요인으로 업무 부담이 일시적으로 적은 비(非)조사 부서 인원 15명으로 최근 현장조사 지원 인력풀을 구성했다. 과거 기업집단국(조사국) 등에서 다수의 현장조사 경험을 쌓은 인력이다.

공정위는 지난 9일 SPC그룹 현장조사 때부터 이들 인력을 동원했다. 기업집단국 인원 15명과 비조사 부서 인원 15명을 합쳐 30명이 한꺼번에 현장을 방문했다.

공정위는 또 이달 말 경제분석과에 석·박사 4명을 추가로 배치해 불공정거래 조사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횟수를 줄이되 한번 현장조사할 때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다른 기업에 본보기를 보여줘 불공정거래를 줄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