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子, 샐러드에 꽂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샐러드는 ‘조연 중의 조연’이었다. 양식을 먹을 때 곁들이는 정도의 역할이었다. 일부 채식주의자나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때 전문점들이 등장했지만 곧 사라졌다. “결코 밥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그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샐러드로 ‘한 끼’를 해결하는 남성이 늘면서다. 건강하고 간단한 먹거리를 찾는 분위기가 확산한 영향이다. 홀로 밥을 먹는 ‘혼밥족’이 늘어난 것도 샐러드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샐러드·냉동과일 신선편의식품 시장 규모는 10년 만에 약 두 배로 커졌다. 2008년 600억원대이던 이 시장은 지난해 1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샐러디’ 매출 40%는 남성이 올려

男子, 샐러드에 꽂히다
샐러드 시장을 키우고 있는 주인공은 남성들이다. SPC그룹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 연 샐러드 전문점 ‘피그인더가든’은 소비자 가운데 남성 비중이 약 40%에 이른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절반을 넘는 경우도 많다. 주로 증권사와 외국계 기업에 종사하는 남성들로 평일 낮 시간에도 붐빈다.

SPC그룹 관계자는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일하는 직장인들이 건강을 생각해 점심은 간단히 먹고 산책을 즐기거나 여유시간을 갖는 일이 많다”며 “여성 소비자가 몰릴 것이라는 초기 예측을 깨고 남성 단골들이 오히려 더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여의도점에 이어 다음달 서울 강남역에 피그인더가든 2호점을 연다.

국내 최대 샐러드 전문 프랜차이즈 ‘샐러디’에도 남성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13년 창업 후 3년간은 남성 고객 비중이 20% 이하였다. 2016년부터 이 비중은 40%로 뛰었다. 남성 소비자가 늘면서 본사 매출도 증가했다. 2015년 2억원이던 본사 매출은 지난해 25억원으로 급증했다. 샐러디 관계자는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30~40대 남성들이 매장을 찾으면서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GS25에서는 지난해 샐러드 제품군에서 남성 소비자 비중이 53%까지 높아졌다. 샐러드 매출은 최근 3년간 해마다 2.5배 이상 급증했다.

◆‘혼밥족’이 먹기 어려운 아이템 1위 ‘채소·과일’

혼밥족과 1인 가구 증가는 샐러드 시장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채소와 과일을 사기 부담스러워한다. 필요한 양보다 많이 살 수밖에 없고, 손질하기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여러 종류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해 영양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샐러드 전문점을 찾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GS25에서 샐러드의 시간대별 매출 비중을 보면 오후 6~10시가 36.8%,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29.6%로 점심과 저녁시간대에 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현재 30~40대들은 개성을 중시해 과거 X세대로 불렸고 시간적 효율과 자기 관리를 위해 혼밥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혼밥이 하나의 식문화로 정착하면서 샐러드가 ‘트렌디’한 메뉴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샐러드 열풍 속에서 기업과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소규모 샐러드 전문점들도 거리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배드파머스’ ‘어게인리프레쉬’ 등은 아보카도와 퀴노아, 계절 채소 등을 큼직한 샐러드용 볼에 가득 담아 소스와 비벼 먹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홍대 부근의 ‘샐러드 서울’ ‘쏘울무쵸’, 이대 근처에 있는 ‘위샐려듀’ ‘옐로우 캐롯’은 젊은 층을 겨냥해 주요 메뉴를 4000~7000원대로 구성했다.

김보라/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