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홍콩세관은 한국, 일본, 유럽 등 수입 화장품 위조 제품 5200건을 유통한 일당을 잡아들였다. 총 67만위안(약 1억1400만원) 규모다. 사진=바이두
지난해 12월 홍콩세관은 한국, 일본, 유럽 등 수입 화장품 위조 제품 5200건을 유통한 일당을 잡아들였다. 총 67만위안(약 1억1400만원) 규모다. 사진=바이두
17일 중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 검색창에 '설화수'를 치자 9000여개 관련 상품이 검색됩니다. 설화수 자음2종 스킨로션 세트부터 퍼펙팅쿠션, 궁중비누, 샘플 제품까지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온라인몰 외에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도 설화수를 비롯해 LG생활건강, 메디힐, 정관장 등 한국산 제품들이 수두룩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하죠. 온라인몰뿐 아니라 일반 옷가게 또는 소매점에서도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유통은 많이 되고 있지만, 문제는 품질입니다.

중국은 최대 '짝퉁시장'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을 만큼 위조품들이 굉장히 많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만연한 위조상품 때문에 불신이 커 믿을 만한 보따리상들과 거래를 많이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홍콩세관은 한국, 일본, 유럽 등 수입 화장품 위조 제품 5200건을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잡아들였습니다. 이들 제품 시가는 67만위안(약 1억1400만원)에 달했습니다.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은 정품 가격 대비 최대 60%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유통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일부 제품은 정가와 10%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엄청난 부당 이득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국산 화장품 위조 제품이 많았습니다. 육안으로 봐도 일반 소비자들은 헷갈릴 만큼 정교하게 만들었습니다. 라네즈 스킨베일 베이스 위조 제품은 뚜껑 부분만 약간 다르고, 나머지 제품들도 거의 진품과 흡사한 모양으로 제작됐습니다.
[조아라의 소프트 차이나] 설화수·정관장 '짝퉁', 블록체인으로 잡는다
위조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탓에 국내 업체들이 중국산 위조품의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수년 동안 중국 정부가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위조품이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중국소비자·인터넷협회가 발표한 '중국 화장품 안전지수 보고'에 따르면 온라인몰에서 판매된 유명 화장품 브랜드 제품 중 20%는 위조 화장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판매가 급격하게 늘면서 단속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업체가 떠안게 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중국이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진품 판별에 나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 알리바바그룹 계열사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은 지난달 '2018 글로벌 블록체인 항저우 고위급 포럼'에서 "마오타이에 진품 여부를 감식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제공했다"며 "연내 본격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마오타이주 병뚜껑 내 위조 방지를 위해 적용돼 있는 RFID(전파식별,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을 기반으로 QR 코드 등을 포함한 블록체인 진품 판별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것입니다.

전자상거래 2위 업체인 징둥(JD) 역시 최근 위조 제품 유통 근절을 위해 미국 월마트와 IBM, 중국 칭화대가 손잡고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생산, 배송, 판매 등 모든 부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제품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모든 것들을 복제하던 중국이 이렇게 지식재산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낯서네요. 중국이 외국 기업들의 합법적인 지식재산권을 적극 보호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이제는 지킬 것들이 많아졌나 봅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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