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회사 직원에게 물이 든 컵을 던져 논란이 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회사 업무에서 배제됐다. ‘갑질’ 논란의 범위가 한진그룹 오너 일가로 확산하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내놓은 첫 조치다.

대한항공은 16일 조 전무를 본사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회사 차원의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 전무와 총수 일가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진 것이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게 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응용프로그램) 블라인드에는 “기자님들께 조언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자신을 대한항공 직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게시자는 “세상에 드러난 만행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총수 일가의 갑질 의혹을 제기했다. 이 게시판은 대한항공 직원이라는 걸 이메일로 인증해야만 글을 쓸 수 있다.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쇼핑한 물건의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해외에서 산 물건을 현지 대한항공 지점을 통해 무관세로 들여왔다는 얘기다.

총수 일가 운전기사들이 수모를 겪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게시글에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다. 얼굴에 침을 뱉거나 폭행을 하기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선호하는데 이는 ‘함부로 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대한항공 필리핀지점이 가사도우미를 한국으로 보내는 총책 역할을 맡는다고 덧붙였다.

조 전무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대한항공노조와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조종사새노조 등 세 개 노조는 지난 15일 공동 성명을 내고 “갑질 논란으로 2만여 직원까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며 “조 전무는 경영 일선에서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