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경영권 갖는 법정관리 신청" 압박 vs 정부 "대주주 책임 다해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최악의 경우 한국GM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넣고 기존 경영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데드라인’인 오는 20일까지 한국GM 노동조합이 자구안을 수용하지 않고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 윤곽도 나오지 않으면 법원의 동의를 얻어 GM 주도로 회생계획을 다시 짜겠다는 속내다. 노조의 자구안 수용과 정부의 자금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GM의 ‘벼랑 끝 전술’에 말려들지 않고 기존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GM에 차등감자 등을 요구해 최소한의 명분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GM 관계자는 16일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기존 경영자 관리인(DIP:debtor in possession)제도’를 활용해 경영권을 유지하고 GM 주도로 회생계획을 다시 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 통합도산법에 따라 도입된 DIP제도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회사의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채무 재조정 등 회생절차를 주도하는 것이다. 기존 대주주가 배임이나 횡령 등 중대한 범법 사실이 없으면 법원이 기존 회사 대표를 관리인으로 선임해 회생 절차를 맡길 수 있다.
GM "경영권 갖는 법정관리 신청" 압박 vs 정부 "대주주 책임 다해야"
이렇게 되면 GM은 법원의 통제하에 한국GM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협력업체 부품 대금 등 모든 상거래 채권과 채무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 등 생산설비 축소 또는 폐쇄 등도 추진할 공산이 크다. 단기간에 최대 3000명의 직원을 한꺼번에 정리해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향후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강력한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영업·판매망 붕괴로 생존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부품 대금 지급 중단으로 협력업체들이 연쇄도산할 가능성도 크다.

GM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와 산업은행은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 제시한 3대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GM의 압박에 못 이겨 무조건 자금 지원을 약속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 등을 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GM에 차등감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산은은 한국GM에 대한 GM의 출자전환 뒤에도 기존 지분(17%)을 유지하기 위해 GM 본사 지분을 20 대 1로 차등감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GM은 차등감자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회사가 법정관리 위기에 처했지만 한국GM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 철회 및 복리후생 축소 반대 등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GM 직원들의 평균 연봉(작년 기준)은 9000만원에 달한다. 업계 1위 현대자동차(92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GM 협력사들은 줄도산 공포에 내몰렸다. 협력업체 대표 100여 명은 17일 한국GM 부평 본사로 달려가 “살려달라”는 호소문을 배포할 예정이다.

장창민/박신영/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