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기 싸움에 이익 뒷전… 온라인 쇼핑몰 '출혈경쟁' 심화
‘SK플래닛 2497억원, 티몬 1156억원, 위메프 417억원.’

지난해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이 기록한 ‘영업적자’ 규모다. 전년 대비 적자 규모를 확 줄인 게 이 정도다. 이들 기업은 “덩치(거래액)를 더 키우면 이익이 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주장했지만, 얼마나 더 커져야 하는지는 스스로도 확신을 못하고 있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는 작년 거래액이 9조원에 달했다. 티몬, 위메프도 연 3조~4조원대에 이른다.

덩치 경쟁은 국내에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같은 압도적 시장 지배자가 없어서 치열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시장을 선점한 뒤 이익은 나중에 내겠다는 전략은 모든 업체가 쓰고 있다. 이런 전략에서 마케팅 비용을 계속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쿠폰 발행이다. 이들 기업은 거래액을 늘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할인 쿠폰을 꼽는다. ‘1만원 할인권’ ‘배송 무료권’ 같은 쿠폰을 수시로 소비자에게 뿌리고 있다. 같은 값이면 쿠폰으로 더 할인받아 구매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전가된다. 쿠폰이 너무 많이 발행돼 ‘버려지는 쿠폰’도 적지 않다. 소비자가 잘 쓰지 않아 ‘어떻게 주면 소비자가 잘 쓰나’를 연구하는 게 큰 과제일 정도다.

티몬은 지난해 광고 선전비를 전년보다 28%나 줄였지만 쿠폰 등 판촉비로 쓴 금액은 532억원으로 18.7% 늘렸다. 위메프의 작년 판촉비도 208억원으로 25% 증가했다.

직매입 비중을 늘리는 것도 적자의 한 요인이 됐다. 과거 온라인 쇼핑몰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만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구조로 운영했다. 요즘은 달라졌다. 기업들이 직접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사서 파는 사례가 많다. 쿠팡은 지난해 물건을 직접 구매한 뒤 판매하는 방식의 직매입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91%에 달했다. 2조5000억원어치를 이렇게 팔았다. 11번가 등 다른 온라인 업체도 직매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직매입은 상품 마진을 더 받을 수 있고 배송에도 유리하다. 자체 물류망과 배송망이 있는 쿠팡은 여러 상품을 한데 묶어 배송하거나 주문을 받은 즉시 다음날 배송할 수 있다. 하지만 재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관리 비용이 늘어나는 게 단점이다.

작은 내수 시장도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엔 한계로 지적된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내수 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 여기에 해외에서 거두는 매출도 많다. 한국 기업들은 다르다. 내수는 작은데 해외 매출 비중은 미미하다.

한 온라인 쇼핑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판매망을 갖춘 아마존 알리바바가 한국에 들어오면 상대가 안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