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2000억 쏟은 中 홈쇼핑 사업도 접는다
롯데쇼핑이 해외 비핵심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만 모모홈쇼핑 투자 지분을 7년 만에 매각하기로 했다. 중국 홈쇼핑 사업도 완전히 정리한다.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계기로 롯데의 해외시장 전략이 ‘확장’ 일변도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와 롯데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대만 모모홈쇼핑 보유지분 5.15%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700억원 규모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주가와 시장 상황을 보면서 처분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2000억 쏟은 中 홈쇼핑 사업도 접는다
롯데쇼핑은 2011년 모모홈쇼핑 지분을 확보했다. 취득가액은 약 300억원. 보유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롯데쇼핑은 7년 만에 두 배 이상의 차익을 거두게 된다.

2004년 설립된 모모홈쇼핑은 대만 홈쇼핑업계 1위 기업이다. 2014년 대만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2016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넘었고, 지난해 약 1조210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 자회사인 롯데홈쇼핑도 모모홈쇼핑 지분 9.86%를 보유 중이다. 약 1400억원어치다. 하지만 이번 지분 매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홈쇼핑 2대 주주인 태광그룹과 협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2000억원가량을 쏟아부은 중국 홈쇼핑 사업도 완전히 정리하기로 했다.

롯데쇼핑은 롯데홈쇼핑과 함께 2010년 7월 중국 럭키파이 인수를 통해 충칭, 산둥, 윈난, 헤이룽장성, 허난성 등 5개 지역 홈쇼핑 사업권을 따냈다. 이 가운데 헤이룽장성과 허난성 사업 운영권은 2011년 매각했다. 현지 합작사 측과 사업 방향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시작된 지난해 충칭, 산둥, 윈난 등 3개 지역의 홈쇼핑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2월 윈난 지역 홈쇼핑 사업 지분 매각을 완료했다. 올 상반기 산둥 지역사업까지 정리하면 충칭 한 곳만 남는다. 롯데 관계자는 “충칭은 계약기간이 2021년까지여서 당장 팔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는 중국과 대만 홈쇼핑 지분 매각 외에도 해외 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중국 롯데마트 매각이 끝나는 대로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되면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유통사업뿐 아니라 제과, 음료 등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의 이 같은 자산 매각은 그동안의 행보와는 다르다는 평가다. 롯데는 땅, 건물 등 부동산과 기업 지분을 매수하면 여간해선 팔지 않았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한번 사둔 것은 언젠가 꼭 돈이 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 신동빈 회장 체제에선 ‘사업이 잘 안 되면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 정리하는 결단도 필요하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 보복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롯데는 당초 “중국 사업 철수는 일절 없다”며 버텼지만, 지난해 중국에서만 2조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본 뒤 중국 롯데마트를 매물로 내놨다. 롯데는 올 상반기 안에 중국 롯데마트 처분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해외에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잘되는 지역과 사업에 그룹의 자원을 몰아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