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감정 읽고, '그놈 목소리' 차단… 4兆 시장으로 커진 콜센터의 진화
두산아트센터는 최근 ‘전화벨이 울린다’란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던 콜센터 직원의 슬픈 얘기를 다뤘다. 연극 내용처럼 콜센터 하면 사람들은 폭언과 성희롱, 감정노동을 떠올린다.

이런 현실적 문제에도 콜센터는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했다. 종사자는 42만 명, 산업 규모는 4조원대, 콜센터를 운영하는 회사만 7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컨택산업이라고 부른다. 컨택산업은 인공지능(AI)과 만나 직원들의 감정노동을 줄여주고, 빅데이터와 결합해 제품 컨설턴트 역할까지 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결합해 컨설팅 역할도

콜센터는 1990년대 말 휴대폰 대중화, 2000년대 초 전화를 통한 보험 판매가 확산되면서 급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콜센터란 표현이 사라진 지 오래다. 전화로만 소비자 의견을 듣던 예전과 달리 이메일, 카카오톡, 앱(응용프로그램) 등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위상도 높아졌다. 단순히 소비자 불만을 접수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 있다.

국내 1, 2위를 다투는 컨택센터 업체인 KT IS의 김진철 대표는 “컨택센터가 고객사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파트너로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정리하던 소비자 요구를 체계적으로 모아 빅데이터로 변환시키는 시스템을 대부분 컨택업체가 갖추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품이나 서비스의 결함이 무엇인지를 조기에 파악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한 자동차업체는 터널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외부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모드가 전환되고, 창문이 닫히는 기능을 신차에 적용했다. 고객센터에서 전달받은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불만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되자 기업들이 이 데이터를 제품과 서비스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음성인식으로 감정노동도 줄여줘

이런 변화를 가능케 한 또 다른 기술은 음성을 글자로 변환하는 음성인식 솔루션이다. 효성ITX, KT IS와 KT CS, 한국코퍼레이션 등 대형 컨택센터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음성의 80% 정도를 텍스트로 변환할 수 있는 솔루션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사투리나 알아듣기 힘든 발음을 제외하고 정확하게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준다. 김남구 효성ITX 부장은 “상담 내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자 소비자 상담 내용 전체가 빅데이터가 되고 있다”며 “기술 도입 후 불과 1년 만에 고객사들이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 컨택센터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성인식은 컨택센터 상담사들의 감정노동을 줄이는 데 활용된다. KT그룹 정보기술(IT) 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컨택센터 플랫폼 아이센트로(AICentro)는 통화 상대방의 욕설을 ‘삐-’ 같은 소리로 바꿔버린다.

문상룡 KT DS 전무는 “대부분의 욕설은 물론 빅데이터 기반으로 학습한 성희롱적인 표현까지 차단해 상담사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코퍼레이션은 상습적으로 폭언을 하는 이용자의 발신 번호를 블랙리스트로 관리한다. 이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자동으로 상담 경력이 긴 베테랑 상담사에게 연결한다.

요즘 컨택산업계의 최대 관심은 옴니채널 컨택센터 구축이다. 전화 상담이 주를 이루던 기존 서비스를 채팅, 이메일 등으로 확대하고 상담이력을 통합 운영·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