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와 전직 관료면 한 번쯤 눈독을 들여봤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자리가 하나 비게 된다. 함준호 금통위원의 임기가 다음달 12일 끝나기 때문이다. 한은 안팎에선 “후임 희망자가 늘어선 줄이 (한은이 입주한) 태평로 삼성본관을 열 바퀴째 휘감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돈다.

15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12일 함 위원이 참석한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가 끝난 뒤 후임 금통위원 물색 작업이 시작됐다. 금통위는 7명으로 구성된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가 당연직으로 포함되고, 5명의 외부 위원이 더해진다. 외부 위원은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 한은 총재가 1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함 위원 자리는 은행연합회장 추천 몫이다.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결정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국 경제와 관련한 막대한 분량의 최신 자료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여기에 3억원의 연봉과 사무실 비서 승용차를 제공받는 등 기업 최고경영자(CEO)급의 의전도 매력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덕분에 정권이 바뀌어도 4년 임기가 보장되다 보니 1년이면 ‘옷을 벗는’ 장관보다 낫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재산이나 가족사항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돼 부담이 크다”며 “하지만 금통위원은 별도의 인사청문회가 없어 노리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함 위원의 후임은 아직 구체적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연임 과정에서 총재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 경제학자 중에서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교수와 관료 출신 일색인 금통위 구성에 변화를 주기 위해 전혀 새로운 인물을 물색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11일 한은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차기 금통위원 조건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전문적 식견, 중앙은행 독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 소신과 건전한 상식을 제시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