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갑질-욕설' 공분에 대한항공 '포괄적 사과' 검토
대한항공은 15일 새벽 귀국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 뿌리기' 갑질 및 임직원 욕설 녹음파일 의혹 등에 대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지 등을 두고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회견이 공식 사과 성격일지 해명일지는 결정되진 않았지만 사과 기자회견을 열 경우 대한항공이 '땅콩 회항' 등 과거 2세 경영진의 갑질까지 포괄적 사과를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 전무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리는 등 도 넘은 업무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데 이어 14일 대한항공 임직원에게도 일상적으로 폭언을 퍼부었다는 제보와 함께 해당 음성파일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유튜브 동영상은 공개되자 마자 유튜브 인기 급상승 1위 동영상에 오를 만큼 조회수가 폭발적이었다. 파일 공개 20시간 여만에 160만 조회수를 넘어서고 있다. 해당 유튜브 댓글만 4300개에 달한다. 절대다수가 조 전무의 기본적 인성 및 임원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비판적 분노의 내용이다.

조 전무를 향한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하자 대한항공 측은 금주 중 공식 기자회견을 유력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날 "오늘(!5일) 중 예정된 기자회견은 없다"면서도 "이번 주 기자회견을 열지는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이번 주 중 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시기나 방식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과 시기가 늦어질 경우 여론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큰만큼 이번 주 내 기자회견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견 성격이 대한항공 차원의 사과일지, 조 전무 개인 성격의 해명 자리일지 등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 전무가 참석해야 사과나 해명의 진정성이 드러나는만큼 사전 조율할 사안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한항공이 이번 회견에서 조 전무의 '물 뿌리기' 갑질 및 임직원 욕설 의혹 관련 외에도 과거 '땅콩회항' 등 과거 2세 경영진의 부적절 처신 사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포괄적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오마이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다. 대한항공은 앞서 조 전무 언니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도 한바탕 곤욕을 치뤘던만큼 이번 해결책을 놓고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을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한 당시 조양호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로 상황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조 회장은 당시 '조현아의 아버지'로 자신을 칭하며 "“제가 교육을 잘못 시켰다,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 시 한 번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한항공이 '포괄적 사과'를 검토하는 한 축이다. 조 회장이 이미 한차례 직접 나서 자식의 잘못에 용서를 구했기 때문에, 다시 조 회장이 직접 나서긴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경찰 수사 및 국민적 비난 여론 등 상황이 엄중하다는 점도 다른 이유다. 경찰은 이미 조 전무의 행동이 폭행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내사에 착수, 정식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조현민 전무의 갑질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등의 청원이 빗발치는 점도 부담이 크다. 대한민국 국적기를 뜻하는 사명 대한항공에 '대한'을 못쓰게 해야한다 등 비판여론부터 대한항공 탑승권 불매 움직임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온라인 상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앞서 13일엔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는 "노동자를 모독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 일상이 된 기업인들이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며 조 전무를 서울중앙지검에 특수폭행 등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한편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베트남 다낭으로 떠났던 조 전무는 이날 새벽 인천공항 귀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자신이 어리석었다, 죄송하다"면서도 물을 직접 뿌렸냐는 질문엔 "밀치기만 했다"며 '물 뿌리기 갑질'은 부인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