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5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자산운용산업 신뢰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서 머리를 감싸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5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자산운용산업 신뢰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서 머리를 감싸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청와대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해임 의사가 없다는 점을 드러낸 가운데 여당은 금감원에 수사권을 부여하고 행정처분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수사권 부여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에, 행정처분권 강화는 같은 당 이학영 의원의 ‘금융실명법’에 담겼다. 두 개정안 모두 사실상 금감원을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원회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금감원에 부여하는 내용이다.

금융계에선 이 같은 법률 개정안이 금감원의 권한을 확대하고 금융위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로 축소하는 방향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뛰어넘는 금감원

사법경찰직무법과 금융실명법 개정안은 공통적으로 금융위를 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금융위가 갖고 있는 행정제재 등의 권한은 금융위설치법에 근거했다. 이 법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정책,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건전성 감독 및 금융감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금감원은 금융위 업무 중 검사·감독·행정제재 등의 업무와 권한을 위탁받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의 업무와 권한 범위가 금감원보다 넓고 강하다. 금융실명법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다른 위법 사안에는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금융실명법 위반 사항에 대해선 행정처분 권한이 없다. 이 의원이 발의한 금융실명법은 이처럼 금융실명법상 행정처분 등의 업무를 금융위가 금감원장에게 위탁하도록 하고 있다.

박 의원이 발의한 사법경찰직무법도 비슷한 맥락이다. 2015년 8월 금융위원장의 추천과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지명으로 금감원 직원도 사법경찰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수사권을 갖는 셈이다.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감독·검사할 때 조사 대상자들의 동의를 얻어야만 자료를 받을 수 있어 증거 수집이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한 개정이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금융위원장이 금감원 직원을 사법경찰관리로 추천한 적은 없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금융계에선 청와대의 ‘김 원장 지키기’와 두 개정안 발의를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첫걸음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 금융감독 시스템 개편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금융위의 금융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기능은 금감원에 일임하며,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설립하는 내용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금융위를 사실상 노무현 정부 시절 금감위로 돌려놓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선 정부조직법 개정이나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성 확보 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여태껏 정부 차원에선 별다른 공식적인 논의가 없었다. 개헌과 남북한 관계 등 굵직한 이슈에 밀려서다. 국회 통과가 불확실한 것도 이유였다.

여당이 금감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데엔 ‘권한이 막강한’ 금감원을 통해 금융개혁, 더 나아가 금산분리를 핵심으로 한 대기업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을 대표적인 적폐 분야로 보고 있으며 개혁에 저항하는 곳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를 위해선 김 원장을 유지시키고 금감원에 권한을 몰아줘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사법경찰직무법과 금융실명법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여당의 이 같은 법안 발의에 대해 야당이 위헌 소지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민간 기구의 수장인 금감원장이 행정부의 고유 권한인 행정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느냐는 논란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료 및 정부에 대한 시민단체의 강한 적대의식이 반영된 법안”이라며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려면 공론화를 통한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신영/박동휘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