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책임 기업에 떠넘기려 현대제철 가는 의원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국회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가 현장시찰 명목으로 현대제철 인천공장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촉발하는 책임 소재를 두고 불똥이 엉뚱하게도 기업으로 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에 미세먼지 발생 책임을 물어 비용을 청구하는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미세먼지특위는 현대제철 인천공장을 시찰하기 위해 회사 측과 협의하고 있다. 제철소를 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 하나로 보고 공장을 방문해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특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기업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미세먼지 특별위원회가 특정 기업을 시찰하려 한다는 소식에 재계에서는 엉뚱한 곳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최대 80%가 중국 등 국외에서 발생한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마치 국내 공장이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달 발생한 미세먼지 원인을 분석한 결과 국외 영향이 69%까지 올라갔다고 지난 9일 밝혔다. 환경부도 평상시 국외 영향은 연평균 30~50% 수준이며,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는 60~80%로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가운데 공장 등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서 핵심 원인은 나 몰라라 한 채 기업들을 옥죄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작년 11월 출범한 미세먼지 특위는 지난 2개월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환경부로부터 미세먼지에 관한 업무보고를 받거나 두세 차례 회의한 게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정 기업을 방문할 경우 마치 해당 기업이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특위는 영흥 화력·재생에너지 발전소와 기상청, 충남 보령 LNG 터미널 등을 시찰했다.

최근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 배상을 기업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들은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5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미세먼지를 두고 자연재해로 볼 것인지, 사회재난으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물을 수 있게 된다. 미세먼지 재난지역 내 산업체가 미세먼지를 대량 배출했다는 인과관계만 입증되면 정부는 주민들에게 선지급한 재해복구 비용 등을 업계에 청구할 수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