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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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갈수록 악화되는 고용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연초 발표했던 고용 전망도 3개월 만에 하향 조정했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취업자 수 32만 명 증가’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고용이 한은 통화정책의 목표는 아니지만 워낙 상황이 심각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변수로 본 셈이다.

한은 통화정책의 판단 기준인 물가마저 사정이 만만치 않다. 악화하는 고용에 물가 상승률도 1%대 초반에서 지지부진하면서 기준금리는 연 1.50%로 5개월째 동결했다.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지만 불확실한 국내외 여건을 감안했을 때 섣불리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일자리 목표 32만명 달성 어렵다"
한은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발표한 ‘2018년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올 1월 내놓은 전망치와 같다. 지난해 3.1%에 이어 2년 연속 3%대 성장률을 내다봤지만 고용 전망은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6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올 1월 전망치(30만 명)보다 4만 명이 줄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으로 취업자 증가폭이 2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그치는 등 고용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는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고용이 부진하면 단기적으로 가계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된다”며 “중장기적으로 고용 부진이 장기화하면 인적 자본이 축적되지 못해 잠재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다만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혔다.

이날 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 역전은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금리를 연 1.50~1.75%로 올리면서 10년7개월 만에 한국을 넘어선 상태다. 일각에서 해외자금 유출 우려가 나오지만 오히려 지난 3월 한 달간 단기성 투자자금이 1조원 이상 유입됐다.

한은은 부진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6%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7월 1.9%로 전망했다가 10월 1.8%, 올 1월 1.7%로 낮춘 데 이어 이번까지 3회 연속 하향 조정했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매년 오르던 보험서비스 요금 인상이 아직 조정되지 않았고 대학 입학금 면제, 무상급식 확대 등으로 공공요금 물가 인상 요인이 조금 미뤄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내수 회복과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내년에는 한은 목표치(2%)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 사실상 하반기로 넘어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다음달 24일 열리는 금통위에선 금통위원 교체와 6월 지방선거로 동결이 유력하고 오는 7월12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 시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수출을 바탕으로 하반기 한 번의 금리 인상은 가능하다”면서도 “올해 금리 인상은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