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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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00인치 이상의 초대형 TV ‘더 월’의 제조 라인을 베트남 TV 공장에 구축한다. 대당 3억원 안팎의 고가 TV를 기업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 대량으로 팔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1위 TV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기존에 없던 초대형 TV 시장을 만들어 내면서 50~60인치대 중심의 프리미엄 TV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R&D는 수원, 양산은 베트남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까지 베트남 호찌민 TV 생산 공장에 ‘더 월’ 양산 라인을 구축한 뒤 8월부터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당초 후보지였던 수원 사업장은 연구개발(R&D)을 위한 시제품 생산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 TV 생산 공장은 한 해 총 4000만 대를 양산하는 삼성전자의 12개 글로벌 TV 생산기지 중 두 번째로 TV 생산량이 많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더 월’을 판매하기 위해 베트남 공장에 양산 라인을 갖췄다”며 “아직 출시 전인데도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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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월’은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146인치 크기의 초대형 LED 스크린이다. TV 크기에 패널을 맞추는 고정관념을 깨고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 단위의 초소형 LED(발광다이오드)를 ‘레고 블록’처럼 이어 붙여 만든 혁신 제품이다. 이름처럼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크기를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자인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경쟁사들은 “전시회용 제품은 만들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감당할 양산 제품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깨알보다 작은 LED 칩을 머리카락을 심듯 패널에 붙이는 제조방식 때문이다. 146인치 TV 한 대에 들어가는 초소형 LED는 2400만 개다. 그동안 삼성이 ‘더 월’을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 제한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내다봤던 이유다.

프리미엄 TV 시장 뒤흔들 승부수

삼성전자는 이런 예상을 뒤엎고 내년부터 일반 소비자에게 ‘더 월’을 본격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상외로 ‘수요층이 탄탄하다’는 판단에서다. 집안에 영화나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별도의 미디어룸을 갖춘 부유층이 주된 마케팅 대상이다. 올 8월 제품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은 글로벌 톱스타와 중동의 거부 등이 한 번에 3~4대씩 사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수원 사업장에서는 73~150인치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시제품을 만들어 화질과 내구성 등을 따져보고 있다. 다만 삼성은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올해는 B2B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은 아직 ‘더 월’의 판매가격을 정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대당 3억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가 본격화되면 연 판매량은 1만 대를 넘길 것으로 기대한다. 1만 대만 팔아도 과거에 없던 3조원의 매출이 생긴다. 내년도 삼성전자 TV사업 예상 매출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양산체제가 안정화되면 판매가는 빠른 속도로 내려갈 개연성이 높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전략이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이 치열하게 패권 경쟁을 벌이는 프리미엄 TV 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LG전자와 소니 등 경쟁사들이 마이크로 LED TV와 같은 초대형 TV 시장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전자업계에서는 프리미엄 TV 시장의 ‘중심축’이 OLED TV 시장으로 기우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자 삼성전자가 ‘초대형 TV’ 전략을 들고 나왔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75인치 이상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의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50%에 달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