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매수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채용비리 의혹에 따른 수사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자 주가 부양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또 책임경영 의지를 내보임으로써 리더십을 다지기 위한 목적도 있다. 현재 자사주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CEO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올 들어 가장 많이 매입한 CEO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으로 파악됐다.

김 회장이 갖고 있는 하나금융 주식은 5만2600주에 이른다. 11일 종가 기준으로 22억2498만원어치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과 비교해서 금액 기준으로 보유 규모가 가장 크다. 김 회장은 지난 6일 주당 평균 4만1732원에 1500주(약 6259만원)를 매입했다. 2015년 12월30일 1000주를 매입한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뒤라 책임경영 의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자사株 가장 많은 금융 CEO는 '22억' 김정태
윤 회장은 현재 1만7000주(9억9450만원어치)를 가지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월과 3월 그리고 이날 1000주씩 총 3000주를 사들였다. 평균 매입단가는 2월 6만900원, 3월 5만9900원, 11일 5만7100원 이며 올 들어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자금은 1억7790만원이다. 그는 과거엔 회장 선임 직후와 연임을 앞두고 자사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올 들어선 연임이 확정된 지 한참 지나서도 자사주를 적극 매입하고 있다. 윤 회장은 2014년 회장 선임 이후 총 10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달 28일 2171주를 사들여 총 1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5억3760만원 규모로 작년 3월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를 매수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이에 동참해 840주를 매수, 총 1만4259주로 늘렸다. 조 회장보다 2259주, 1억원가량 많은 6억3880만원어치를 가지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세 차례에 걸쳐 5000주씩 1만5000주를 사들여 현재 3만8127주, 5억4712만원어치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금융사 CEO들이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올 들어 은행주가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은행주는 지난 1월12일까지만 해도 금리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에 상승가도를 달리면서 올 들어 최고가를 형성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 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종목별로 7~15%씩 빠졌다. 금융사 CEO들은 실적 대비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면서 자사주를 적극 사들이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은 금융사 수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자사주를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NK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이 취임한 시점이 지난해 9월로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