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업계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1, 2차 협력사들에 자사의 연구개발(R&D) 인프라와 반도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보유한 유무형 자산을 ‘공유 인프라’로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른 조치다.

SK하이닉스는 11일 자사 반도체 R&D, 생산 설비, 교육 인프라를 협력사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공유인프라 포털’을 열었다. 공유 인프라 포털은 협력사들의 장비와 소재 등을 사전 검증하는 ‘분석·측정 지원센터’와 자체 교육 프로그램인 ‘반도체 아카데미’로 구성됐다.

분석·측정 지원센터는 SK하이닉스의 설비와 노하우를 활용해 협력사들이 납품할 장비, 소재, 제품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검증하는 곳이다. 협력사들은 △물질 △화학 △계측 등 3개 분야에서 자사 제품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미리 따져 볼 수 있다. 과거 협력사들은 이런 검증을 받기 위해 대학이나 연구소 등 외부 전문기관을 찾아야 했다. 비용 부담이 컸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신승국 SK하이닉스 지속경영 담당 전무는 “30년 넘게 쌓아온 반도체 관련 인프라를 협력사들과 공유하는 첫 시도”라며 “협력사들이 분석 결과를 향후 제품 성능 보완과 신제품 개발 등에 빠르게 반영해 협력사와 SK하이닉스의 동반 성장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경쟁사인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협력사에도 분석·측정 지원센터를 개방할 방침이다. 협력사들의 비용 부담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아카데미를 통해 공유인프라 포털 회원으로 가입한 협력사들에 공정, 소자, 설계, 통계 등 120여 개 온라인 교육 과정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메모리 일반과 공정 설계 제품 품질 마케팅 자동화 등 10개 분야, 40여 개 과정의 오프라인 강의도 개설한다.

SK하이닉스는 이외에도 화학 물질을 취급하는 협력사에 SK하이닉스 환경안전 전문가와 민간 재해예방 전문기관이 공동으로 안전 및 보건 관리를 지원키로 했다. 협력사의 인력 채용과 신입사원 직무교육도 지원할 예정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