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예상 깨고 기관투자자에 매각
현대차처럼 정공법 선택…삼성 "남은 순환출자도 해소"

삼성SDI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처분 명령을 받은 삼성물산 주식 404만2천758주(2.11%)에 대한 매각에 나섰다.

이번 주식 매각이 성사되면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 7개 가운데 3개는 해소돼 4개만 남게 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 유지를 위해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매입하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사들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삼성은 기관투자가에게 파는 길을 선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그룹 순환출자를 해소하면서 1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납부하는 방편을 택했듯이 삼성 역시 '정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 화재ㆍ전기 보유 물산 지분 팔면 순환출자 완전해소
2013년 80여개에 달하던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

이에 따라 현재는 7개가 남은 상태다.

이번에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 순환출자 고리는 4개로 줄어든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등 삼성전자에서 삼성SDI를 거쳐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3개인데 이번 매각으로 모두 해소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남는 4개의 순환출자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등이다.

이 4개의 순환출자 역시 공통적으로 삼성전기 또는 삼성화재에서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어 이를 끊을 경우 완전한 해소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 순환출자는 완전히 사라진다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남은 4개의 순환출자 고리 역시 해소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다만 시기와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을 계기로 남은 순환출자 고리의 완전 해소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한다.

이번 주식 매각이 공정위가 권고한 8월 말보다 넉 달가량 앞당겨 실시된 데다 현대차그룹이 선제적으로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것도 삼성에 일정 부분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측과 달리 이번에 매물로 나온 삼성물산 주식을 계열사나 총수 일가가 사들이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 유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순환출자 해소의 가장 큰 장애로 지목돼온 '막대한 재원 부담'은 지배력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이를 포기한다면 이런 부담은 사실상 사라진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블록딜이란
삼성SDI는 이날 삼성물산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팔겠다고 공시했다.

블록딜은 대규모의 주식을 기관투자자나 큰손에 넘기는 거래를 가리킨다.

삼성SDI는 이번 거래를 위해 시티증권과 CS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매각 주관사는 국내외 연기금·은행·증권·펀드 등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삼성물산 주식 404만2천758주에 대한 일종의 '입찰'에 나서게 된다.

기관투자자들로부터 희망 매수 물량과 가격을 받아 유리한 조건에 팔아넘기는 것이다.

통상 블록딜 거래 때는 실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할인율이 적용돼 조금 싸게 팔리지만, 투자자들이 투자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면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밤새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수요 조사를 벌여 11일 주식 시장이 개장하기 전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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