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경차' 스파크의 굴욕…판매량 꼴찌로 추락
한때 ‘국민 경차’로 불렸던 한국GM의 스파크가 국내 경차 판매량 최하위로 추락했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한국GM 철수설이 불거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언제 한국을 떠날지 모르는 회사의 차를 샀다가 애프터서비스(AS)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스파크 판매량은 2518대에 그쳤다. 지난해 3월(4351대)과 비교하면 42.1% 줄었다. 한때 경차 판매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기아자동차 모닝(5353대)은 물론 ‘라이벌’로 거론되지도 않았던 기아차 레이(2713대)에도 밀렸다. 스파크가 레이보다 적게 팔린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파크는 레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팔렸다. 지난해만 해도 스파크가 4만7244대 팔렸고, 레이 판매량은 2만521대에 그쳤다. 분위기는 올초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레이는 지난해 12월 부분변경모델 출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스파크 판매량은 반토막 났다. 군산공장 폐쇄 발표가 결정타였다. 지난 2월부터 두 달 연속 월 3000대선을 밑돌았다. 한국GM 영업점 관계자는 “전시장에 차를 보러 오는 고객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그나마 방문하는 고객 대부분이 철수설 얘기부터 꺼고 있다”며 “기존 계약을 해지한 고객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스파크 위상을 감안할 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스파크는 1998년 마티즈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시된 이후 한동안 경차 1위 자리를 지킨 차량이기 때문이다. 출시 첫해에만 19만 대가 팔렸고 이듬해인 1999년에는 26만 대가 판매됐다. 2008년 경차 기준 완화로 소형차로 분류됐던 모닝이 경차에 편입된 이후에도 판매 1, 2위를 놓치지 않았다. 2016년엔 7만8035대가 팔려 국내 승용차 전체 판매량 4위를 차지했다.

스파크 판매량이 당장 전성기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차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데다 한국GM이 정상화되는 데도 걸림돌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스파크 판매량 감소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한국GM 차량 중 1000대 이상 판매된 것은 스파크가 유일하다. 스파크 판매량이 더 떨어지면 한국GM의 내수시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GM 창원공장 가동률 저하도 불가피하다. 창원공장에는 스파크와 다마스, 라보 등이 생산된다. 수출 물량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내수용 스파크 생산량이 계속 줄 경우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창원공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