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금융노사 교섭에서 노조는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사측은 무리한 요구라고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금융노사 교섭장.  /한경DB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금융노사 교섭에서 노조는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사측은 무리한 요구라고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금융노사 교섭장. /한경DB
은행과 카드회사 등의 금융권 노사가 오는 12일부터 올해 중앙 산별교섭을 시작한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이번 교섭에서 노조 측은 최대 65세까지 정년 연장, 점심시간 일괄적용, 노조추천 사외이사 근거 마련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에 은행 등 금융사 경영진은 “최대한 노조 측 요구사항을 들어보겠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가 많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원 정년 우선 63세로” 요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사 경영진(사측)을 만나 10여 개의 요구사항을 내놓을 계획이다.

노조 "정년 63세로 연장" vs 사측 "무리한 요구"
가장 핵심이 되는 안건은 정년 연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60세인 은행 정년을 앞으로 연장되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서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노조의 주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33년 65세까지 늘어나는데, 이 같은 사회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은행 정년도 연장될 필요가 있다”며 “당장 65세까지 늦추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63세 수준까지 늦추는 방안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은행 경영진은 이 같은 노조 요구사항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 은행장은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은행이 먼저 시도할 수는 없다”며 “청년 고용에 대한 정부의 기대도 만만치 않아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 경영진은 현대자동차 노조 등도 같은 요구를 했지만 현대차 사측이 거부한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임금피크제 개선도 요구하기로 했다. 현재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연도 연봉의 240~260% 수준인 임금피크제 기간 중 지급률을 높여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다. 이에 한 은행 임원은 “국내 은행 수익성이 선진국의 절반에 불과하고 연체가산금리 인하 등으로 환경이 나빠져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점심에 은행 문 닫자” 주장

노조는 은행원들의 완전한 점심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점심시간 일괄적용’ 등을 주장할 예정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지점에서 교대로 점심시간을 이용하다 보니 상당수 행원이 제대로 이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아예 점심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대에는 진료하지 않는 병원처럼, 은행도 점심시간을 통일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조 주장대로 ‘점심에 문 닫는 은행’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선 영업점에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시간대가 점심시간”이라며 “노조원의 복리를 위해 고객 불편을 초래하는 결정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노조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노조 측은 “핵심은 점심시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며 “행원들의 점심시간을 기록하는 제도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조추천 사외이사 근거 마련과 영업상의 과당경쟁 해소도 금융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해답을 도출하기에는 어려운 안건이라는 것이 은행 측 반응이다. 한 은행 부행장은 “노조추천 사외이사는 결국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항이고, 과당경쟁 문제는 은행들이 개별 노조와 협의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인상률 상향에 나선다. 금융권은 노조가 지난해 1차 산별교섭에서 4.7%의 임금인상률을 요구한 만큼 올해도 4%대의 임금인상률을 우선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