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수입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했는데도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국제 가격이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 조정을 받는 과정이란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주 알루미늄은 t당 2415달러에 거래됐다. 2월 고점 대비 6% 떨어졌다. 지난달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이 수입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발표하기 전과 비교해도 3%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알루미늄 관세 조치에도 가격은 (관세 발표 시점 대비) 4% 떨어졌다”며 “사람들은 놀라고 있지만 난 아니며 많은 돈이 미국 금고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는 대신 오히려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관세 부과 조치를 내렸다는 자화자찬으로 받아들여졌다.

WSJ는 맥주 캔이나 자동차 후드 등을 제조하는 미국 업체엔 희소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관세가 부과되면서 알루미늄 공급이 위축되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져 알루미늄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 멈췄던 미국 알루미늄 공장들이 본격 가동을 시작했고 알루미늄 캔과 휠 등을 재활용하는 스크랩 업체도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알루미늄 가격의 하락은 미국 내 생산 증가나 관세 조치의 영향이 아니라 세계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생산 조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제련 과정에서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는 알루미늄 생산은 중국 발전소 상황에 영향을 받아왔다.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작년 11월 중순부터 올 3월 중순까지 28곳의 지방정부에 석탄 발전을 30%가량 줄이도록 지시했다. 발전량이 줄면서 알루미늄 공급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자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크게 올랐다. 하지만 중국 지방정부는 수입 감소와 실업자 증가를 이유로 실제 발전량을 줄이지 않았고 알루미늄 생산 감소폭은 1.8%에 그쳤다. 최근 알루미늄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타이 웅 BMO캐피털 금속 트레이딩 담당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알루미늄 가격은 중국의 생산 감축 계획으로 올랐다”며 “최근 알루미늄의 가격 하락은 중국 정부의 공급 규제 완화에 따른 조정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