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력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경고가 나왔다.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글로벌 저성장은 고착화됐는데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마저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어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발표한 ‘한국 주력 산업의 위기와 활로’를 통해 “주요국 CIP(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index)에서 한국은 2015년 5위로, 중국(3위)에 추월당했다”고 밝혔다.

CIP는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에서 매년 발표하는 지표다.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수출 지표, 제조업 부가가치의 국가 내 위상 등 제조업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2009∼2014년 4위를 유지하다가 2015년 5위로 하락했다. 중국은 2008년까지 10위권이었다가 2009년 6위, 2012년 5위에 이어 2015년 두 계단 더 상승해 한국을 앞질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같은 결과를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8대 국내 주력 산업의 위기 조짐으로 해석했다.

철강과 조선업은 글로벌 업황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은 주력 수출 시장인 중국의 중성장 경로 진입, 기계 산업은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 취약, 자동차 산업은 전방위적인 수요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폰도 한때 수출의 핵심이었지만 최근엔 세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아직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경쟁력만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산업 구조의 낙후성, 만성적인 글로벌 수요 부족 등이 주력 산업의 위기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4.7%에서 2011∼2015년 3.2%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5%포인트 하락분의 1.0%포인트는 효율성과 기술력을 의미하는 총요소생산성 기여도 축소 때문이라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지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R&D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R&D 투자 탄성치(R&D 투자 1단위가 투입됐을 때 창출되는 부가가치 단위)는 2003∼2008년 6.63배에서 2009∼2014년 4.74배로 오히려 하락했다.

그런 데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떨어지는 추세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2011년(102.5포인트) 이후 하락세로 반전해 2016년 92.3포인트로 떨어졌다. 정부 규제도 주력산업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규제에 대한 부담 정도는 137개국 중 한국이 95위로 하위권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정책이 산업 활성화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신산업에 대한 환상보다 주력산업의 위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