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 달러 순매수 내역 공개 예상…베트남 등도 공개 예정
지금도 '스무딩 오퍼레이션'만 한다지만…무역전쟁 맞물려 우려 증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며 금융시장엔 불안감이 감돈다.

외환당국 손발이 묶여 환율절상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을 예상하는 시나리오가 떠돌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한국 정부가 급격한 쏠림현상이 있을 때 미세조정을 할 뿐 환율조작을 하지 않으므로 실질적으로 달라질 것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환율 변동폭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불안] 외환당국 개입내역 공개… '손 묶이나' 불안감
◇외환시장 개입 내역 왜 공개하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계속 권고해왔다.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한국으로선 공개할 때가 됐다는 견해도 있다.

숨길 것도 없는데 공개를 안하는 바람에 괜한 의심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금도 외환시장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만 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개입내역은 매달 발표하는 외환보유액 자료로도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한국 월별 개입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현재 주요 수출국 중에 중국과 한국만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에서도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도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환율불안] 외환당국 개입내역 공개… '손 묶이나' 불안감
이런 가운데 미국이 최근 반기 환율보고서와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과 연계해 한국을 몰아세우는 모양새다.

한미FTA 협상을 담당한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협상 성과 보도자료에 '환율 합의'(Currency Agreement)'를 거론하면서 환율주권 논란까지 일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철강을 지키는 대신 원화가치를 절하시키는 '밀약'을 맺었다는 '루머'까지 떠돈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5일 "환율주권이 분명히 우리에게 있으며 시장에 급격한 쏠림이 있으면 분명하게 대처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는 여파로 보인다.

◇미국과 MOU 맺을까…분기 단위로 시차두고 순매수 내역 공개할듯

금융시장 관심은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약속하는 절차를 거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본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IMF와 협의해서 한국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미 정부와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하는 이례적인 형태가 되면 부담이 커진다.

무역전쟁 불을 지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옥죄는 모양새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 환율보고서에 담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환율불안] 외환당국 개입내역 공개… '손 묶이나' 불안감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분기 단위로 일정 시차를 두고 달러 순매수 내역을 공개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조약에 따라 개입내역을 공개키로 한 베트남, 싱가포르와 비슷한 조건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들은 분기별로 공개하되 일단은 6개월 마다 공표키로 했다.

또, 매수, 매도 내역을 일일이 공개하진 않는다.

현재 미국은 각 분기 종료 후 40일이 지나서 공개한다.

한 외환 전문가는 "한국은 환율 흐름이 월별로 크게 달라지므로 분기로 합산하면 정부가 특정 방향으로 개입한 것으로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별로, 또는 매수·도 내역까지 공개하면 투기세력에 빌미를 줄 위험이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연구실장은 "너무 상세한 자료를 공개해서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이 읽히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어떻게 될까…변동폭 커지며 1,000원대 초반 가나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월 23일 1,082.2원에서 죽죽 미끄러져서 3일 1,054.2원으로 마감하며 3년 5개월 만에 최저를 찍었다가 반등해 1,069.6원으로 한주를 마감했다.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데다가 현 시점에서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을 뻗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면 환율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이 나온다.

정부가 종전보다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또 시장 참여자들이 그런 예상을 갖고 움직이다 보면 출렁일 때 크게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1,050원선에서 50원 하락해서 1,000원선 밑으로 갔다고 해도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앞으로 외환시장 급변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성욱 실장은 "개입 내역 공개가 장기적으로 환율 수준에 많은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며 "지금 환율 하락 배경에는 글로벌 달러 약세가 있으며 이후에도 당시 달러 가치나 다른 이유가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키로 해도 미국이 다음에 환율 조작국 이슈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정말 원하는 것은 경상 흑자 감소라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