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때 외유성 출장 논란에 금감원 'CEO리스크' 재차 노출
김기식표 금감원, 재벌개혁보다 소비자·서민금융에 '방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금감원 감독·검사 방향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기능별 업무보고와 취임사, 기타 발언 등으로 보면 재벌개혁 등 민감한 사안보다 소비자보호나 서민금융 등 국민이 체감하는 이슈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다만 19대 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은 외유성 출장 논란 등으로 금감원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는 또다시 높아지는 양상이다.

◇ 금감원 검사·감독…"민원 많이 늘어난 부분에 집중"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 등 국민 체감 이슈를 첫 번째 과제로 설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 토론 결과 재벌개혁 관련 이슈보다는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나 민원 등 소비자보호 이슈를 먼저 공략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금융개혁을 최대한 빨리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우다 보니 재벌개혁 같은 문제보다 다수의 사람이 효과를 느낄 수 있는 과제를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면서 "서민금융 분야나 보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등이 이에 해당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 원장이 2일 취임식에서 언급한 과제인 '조화와 균형'에 대한 부분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감독기구의 위상을 온전히 유지할 길"이라면서 "그동안 금감원은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는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쪽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야 한다는 의미다.

김 원장은 6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났을 때도 "소비자보호 문제와 민원이 많이 늘어난 부분을 먼저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민원 유형을 분석해 개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특히 서민금융 부문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내외부에선 신용카드·캐피털 등 여전업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2금융권, 민원이 다발하는 보험업계가 첫번째 개혁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 저축은행·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 은행의 가산금리,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보험 상품을 둘러싼 각종 민원과 분쟁 등이 주요 테마다.

◇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재벌개혁
김기식표 금감원, 재벌개혁보다 소비자·서민금융에 '방점'
지배구조나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재벌개혁 이슈는 상대적으로 후순위 과제로 분류하는 모습이다.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손안으로 들어오는 데다 초반부터 불필요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방안은 모범규준 형태로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재벌그룹의 지분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호·순환출자 구조가 심각하거나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금융그룹에 자본 확충이나 내부거래 축소 등 경영개선계획 수립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이런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금융시장에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면 계열사 간 지분 청산을 요구할 수도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도 이르면 올 3분기 중 개정된다.

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기존 최다출자자 1인에서 최대주주 전체(최다출자자 1인과 특수관계인인 주주 포함)와 그 밖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주주까지로 늘어난다.

일례로 삼성생명의 경우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 회장뿐 아니라 이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심사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의 사정권 안에 재벌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오너 일가가 들어오는 것이다.

◇ 접대성 외유 논란에 도덕성 '흠집'
김기식표 금감원, 재벌개혁보다 소비자·서민금융에 '방점'
다만 최근 불거진 김 원장의 접대성 해외출장 논란에 금감원이 CEO 리스크에 재차 노출되는 모습이다.

금감원 채용 비리와 하나은행 채용 비리에 연루돼 낙마한 최흥식 전 원장 등 도덕성 논란으로 이미 땅에 떨어진 금감원의 위신에 다시 한 번 상처를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이던 2015년 피감 기관인 KIEP의 예산으로 해외 시찰을 다녀왔다.

김 원장과 수행 비서, KIEP 직원 4명이 9박 10일 동안 미국 워싱턴DC,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등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항공료와 숙박비 등으로 지출된 금액은 3천77만원이었다.

KIEP는 시찰 목적을 '국제경제통상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지만 출장 직원들은 사후 보고서에 '김 의원을 위한 의전 성격'이라고 적었다.

같은 해 5월에는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아 2박 4일에 걸쳐 중국 충칭과 인도 첸나이를 방문했다.

우리은행이 충칭에 새로 내는 분행 개점행사 참석 명목이었는데 항공비와 호텔비 480만원을 우리은행 본점이 부담했다.

2014년엔 보좌관과 함께 한국거래소(KRX) 부담으로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다녀온 사실도 확인됐다.

김 원장이 정무위원 시절 공공기관 직원이 해외출장을 다녀오면서 투자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출장비를 지원받은 사실을 두고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던 데다, 이른바 '김영란법'을 주도했던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