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넘던 계란값 3천원대로 하락…"생산비도 못 건지는 상황"

지난해 초 조류인플루엔자(AI)가 창궐하면서 30개들이 한 판에 1만원을 넘나들던 계란 가격이 3천대까지 폭락하면서 생산농가와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생산농가는 계란 판매가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 줄도산 사태가 우려된다고 호소하는 반면 소비자들은 AI 창궐 당시 일부 업자들이 보였던 행태와 살충제 계란 사태 등으로 신뢰를 잃어버린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6일 현재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4천174원으로, 1년 전 가격인 7천470원보다 44.1%나 하락했다.

평년 가격인 5천855원보다도 1천600원 이상 싸다.

재래시장과 소규모 슈퍼마켓 등 일부 지역 소매점에서는 3천원대에 파는 경우도 많다.

계란값이 이처럼 폭락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생산농가에서 기르는 산란계(알 낳는 닭) 마릿수가 급증하면서 공급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7천271만 마리로, 종전 최고 기록이던 2015년 9월의 7천209만 마리를 넘어섰다.

지난해 1분기의 5천160만8천 마리에 비하면 40.9%나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초 전국을 휩쓴 사상 최악의 AI 여파로 전체 산란계의 36%인 2천517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계란값이 폭등하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선 양계농가에서 앞다퉈 산란계 입식을 진행한 결과 공급과잉이 빚어진 것이다.

양계업계는 계란 30개들이 한 판 산지가격이 1천원 아래까지 떨어지면서 생산비도 못 건지는 상황이 됐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양계업체 관계자는 "산란계 5만 마리를 키우는 농장 기준 한 달 적자가 5천만원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많은 산란계 농장들이 사룟값도 지불하지 못해 멀쩡한 계란을 땅에 묻고 있으며 정부의 대책이 없다면 도산하는 농가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산란계 도태 등 생산농가의 자구책 강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당장 정부 재정을 투입해 남아도는 계란을 매입하기보다는 과잉공급된 산란계 도태 등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며 "농협을 통한 소비촉진 활동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계업계의 정부 지원 요청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냉랭한 편이다.

특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양계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추락한 데다 AI 사태가 한창일 때 일부 업자들이 보였던 매점매석과 이윤추구 행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주부 안 모(42·경기 고양시) 씨는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신뢰가 깨져 지금도 계란을 잘 사먹지 않는다"며 "AI 사태가 한창일 때는 소비자 불편을 외면하고 폭리를 취하던 업자들이 인제 와서는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메꿔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산란계 급증하며 계란값 폭락… 농가는 '울상' 소비자는 '냉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