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 "분할·합병 찬성시 현대글로비스, 반대시 현대모비스 투자가 유리"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첫걸음인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안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두 회사의 투자 매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보고서에서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에 찬성할 경우 존속 현대모비스의 주주환원정책은 분할 전보다 약화하고 합병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대비 재무와 현금 흐름 모두 개선돼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 분할 법인과 합병하면 세전 이익률이 기존 5.4%에서 7.7%로 올라가고 부채비율은 105%에서 73%로 하락하게 된다"며 "기존 현대글로비스의 현금배당성향이 다른 계열사보다 낮아 배당성향 제고 여력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비해 존속 현대모비스는 영업 현금흐름이 악화하고 향후 연구·개발(R&D) 투자 부담도 가중된다"며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 비용과 해외 증설에 따른 투자 및 리콜 비용도 존속법인이 부담하게 돼 주주환원정책 강화 여력이 작아진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엘리엇이 분할·합병에 반대하면 현대모비스 매수가 더 유리하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면 주주권 행사를 위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야 하므로 주주권 프리미엄이 높아질 것"이라며 "합병이 무산될 경우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유리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새롭게 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현대모비스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이 48.25%에 달해 엘리엇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10% 이하 지분만으로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에서 '국내 AS부문' 등을 떼어내 이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계열사의 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식이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한 미국계 펀드로 지난 4일 1조원 규모의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며 주주 이익을 위한 추가조치를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