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1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3조9000억원의 재정을 푸는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 정부가 지난 2월 ‘특단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명목으로 추경안 마련 작업에 착수했지만, 막상 공개된 내용은 지역 지원과 복지 확대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실업자뿐만 아니라 청년 재직자, 중소·중견기업, 일반 창업자, 구조조정지역 경제인 등을 모두 수혜대상으로 포괄하는 ‘섞어찌개식’ 추경안이어서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추경안 취지와 상관없이 표로 연결될 수 있는 수혜대상을 최대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무늬만' 청년고용 추경… 취업자 175억 vs 재직자엔 1000억 지원
◆난데없는 지역 지원 1조원

정부는 5일 임시국무회의에서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의결하고 6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안은 이달 임시국회 내에 처리되면 이르면 다음달부터 집행된다. 추경 예산 중 애초 편성 목적이었던 청년 일자리 대책에는 2조9000억원만 돌아간다. 나머지 1조원은 구조조정지역·업종대책에 투입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추경 추진 가능성을 밝힐 때는 지역 지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 부총리는 이번 추경편성 배경에 대해 “청년실업을 방치하면 재난 수준의 고용위기 상황이 예견되는 데다 이미 구조조정 밀집지역의 실업률은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청년·지역 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급한 핵심사업을 추경 편성을 통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청년 5만 명 안팎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직자보다 재직자 지원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경안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근본 취지가 흐려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거용 추경’이라고 의심을 받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내일채움공제다. 정부가 지난달 청년 일자리 대책에서 발표한 내일채움공제는 신규 취업 청년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 2년 이상 재직 중인 청년이 대상이다. 이들 청년이 5년간 더 일해 총 720만원을 적금하면 정부가 1080만원을, 기업이 1200만원을 더해 3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제도다. 이와 비슷한 청년내일채움공제제도는 구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신규 취업 청년이 3년간 일해 600만원을 적금하면 기업(고용보험기금 지원)이 600만원, 정부가 1800만원을 더해 3000만원을 마련해준다.

이번 추경에서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의 형평성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내일채움공제 지원을 늘렸다. 그러다 보니 재직자를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 예산이 1000억원으로 취업 유도 목적의 청년내일채움공제(175억원)보다 여섯 배나 많다. 예상되는 지원 대상도 4만5000명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2만 명)의 두 배가 넘는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취직 후 3개월 이내의 가입기간이 있어 곧바로 지급되지 않는 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자영업자 복지대책?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한 세제 개편안도 논란이다. 정부는 연령과 무관하게 연매출 4800만원 이하 모든 창업자에 대해 5년간 법인·소득세를 100% 감면하는 세법 개정안을 이달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생활혁신형 창업을 활성화하고, 영세 자영업자 지원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내세웠다. 사실상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복지정책인 셈이다. 청년 창업 기업에 5년간 법인·소득세를 100% 감면하도록 한 일자리 대책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들의 수명만 일시적으로 연장해주는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경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국소적이고 지엽적인 곳에 돈이 들어가고 있다”며 “차라리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