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이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김기식 금감원장과 금융권 성차별 채용비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이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김기식 금감원장과 금융권 성차별 채용비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보험회사, 증권사, 상호금융사 등 2금융권에서 10여 건의 성차별 등 채용비리 제보를 받고 조만간 검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감원은 또 은행 등 금융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성차별 채용 실태평가를 한다는 방침도 마련했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나 “2금융권에서 (성차별 채용) 관련 제보가 들어와 조만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채용비리 의혹 조사가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보험사와 증권사 등 2금융권 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채용 비리 검사 2금융권으로 확대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금융권 채용 때 단계별로 성비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원장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금융권은 여성 근로자가 다른 업종보다 많지만 관리자 비중은 적다”며 “여성 대표성(고위직) 제고 목표치를 이미 달성한 공공부문과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 2월부터 ‘금융회사 채용비리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라며 “신고센터에서 10여 건의 2금융권 성차별 등 채용비리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금융회사는 보험사, 증권사, 상호금융사 등이며 제보 내용을 검토한 뒤 곧바로 이들 회사에 대한 현장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금감원 검사 방침이 알려지면서 보험사들은 서둘러 과거 채용 자료를 챙겨보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은 손해사정, 보상, 영업 등 비교적 현장 업무가 많은 업종이라 여성이 들어와도 잘 버티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남녀 채용 비율을 맞춘 점이 채용비리로 적발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성차별 채용, 정기 평가”

김 원장은 금융회사의 성차별 채용 의혹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금융권 경영진단 평가 시 고용에서 젠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반드시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밝힌 경영진단평가의 정식 용어는 경영실태평가다. 금감원이 시행하는 건전성 검사의 일종으로 금융회사의 채용이나 인사정책 등 경영관리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따라 등급(1~5등급)을 매긴 뒤 해당 금융회사에 개선 권고·요구·명령 등 시정 조처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별로 2년에 한 번씩 경영실태평가를 받는다”며 “회사별 경영실태평가 시 성차별 문제 등 채용문제를 함께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이 이날 금감원을 찾은 것은 은행들의 성차별 채용 의혹이 연이어 드러나서다. 금감원이 지난 2일 발표한 ‘하나은행 특별검사’ 결과에선 하나은행이 2013년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 남성 2명을 특혜 합격시킨 정황이 나왔다.

국민은행도 검찰 수사 결과 채용 과정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2일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KB금융지주의 HR총괄 상무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5~2016년 국민은행 인력지원부장을 지낸 이 임원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남성 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를 비정상적으로 높인 혐의를 받고 있다.

강경민/박신영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