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담긴
고용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삼성 "공개 금지" 행정소송
삼성 핵심기술 줄줄이 공개하는 정부

정부가 산업재해 피해 입증을 이유로 삼성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생산기술 노하우가 담긴 공장 설비 배치도와 공정 등의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가동 중인 삼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장 전체가 대상이다. 산재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핵심 공정 기술까지 경쟁 업체 등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고용노동부와 전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최근 충남 아산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 이어 경기 화성, 기흥,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도 공개하기로 했다.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 등이 작성한 이 측정보고서에는 생산시설(공장)의 구조와 공정 순서, 개별 장비의 대략적인 위치가 담겨 있다. 각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배합을 유추할 수 있는 개별 화학제품 모델 이름도 들어 있다. 중국 업체 등 후발 주자가 입수하면 한국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기술을 추격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한 내용이라는 게 전자업계의 지적이다.

시민단체와 산재 피해자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산재 피해 입증을 이유로 관련 보고서 공개를 요구해왔다. 그동안 고용부는 “기업의 영업기밀을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해 왔으나 지난 2월 입장을 바꿔 관련 보고서를 적극 공개하기로 했다. 2월 초 대전고등법원이 백혈병 사망사고가 난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대한 정보공개를 결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법조계에서는 “특정 판결을 다른 공장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판결 내용을 넘어서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공개 결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40조3279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75.2%를 차지했다.

노경목/심은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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